경주로 소풍가기로 한 날인데
아침부터 짖궂은 날씨에 비까지 오락가락~
일정을 취소하고
그래도 만남을 아쉬워해서 모두 우리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모두 모여서 오랫만에 떠들며 노는데
아이들 이제 제법 자라서인지 나름대로 질서를 지킨다.

엄마들은 다음주에 모일 수업을 의논하고
동아리 모임이나 주간에 있는 행사들 정보를 주고 받고..

그런데 문제는 다들~ 집에 돌아갈 적에 생겼다.

이것저것 놀잇감을 갖고 놀던 아이들..
다들 제자리에 두고 가는데 혜원이가 하은이 구슬을 죄다 가지고 가겠다고 난리가 난 것이다.

처음부터 친구들이 와서 하은이 놀잇감을 만질때
하은이 엄마에게 와서 하는말,

"엄마, 친구들 집에 갈때 모두 두고 가는 거지?"

"그래..모두 두고 갈거야~ 만약에 가지고 가려고 하면
엄마가 두고가라고 그럴께..그러니까 친구들한테 하은이 놀잇감 갖고 놀라고 빌려주자~~"

그래서 하은이는 저 놀잇감이 중구난방이 되어도
가만히 있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혜원이가 자기 구슬을 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은이도
위기감이 느껴지는지 흐느끼면서

"엄마.. 혜원이가 구슬가져 가려고 해~ 흑흑~"

그 와중에도 혜원이는 하은이 지갑에다가 구슬을 가득 챙기고 있고..눈물 흘리면서 모두 가져가겠노라고 야단이다.

급기야 혜인맘이 나서서 중재를 하는데도
듣지를 않는다.

집을 나서려고 하던 엄마들은 바깥으로 나가고
할수없이 혜원맘이 모두 들고 가겠노라고 해서
혜원이는 일단 자기신발을 신고 마당을 나섰다.

오늘의 문제..

하은이 구슬을 하나쯤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줄수도 있다.
전부를 줄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내가 보기에 늘 자기것을 주장하는 아이,
떼를 쓰면 가질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고집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원하지만 가질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부딪쳐야 하는 현실인 것이고..
어느정도 까지는 아이의 욕구를 엄마가 채워줄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엄마도 한계라는 것을 느낄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간과해서는 안될것은..
내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행동이
어떨때엔 연관되어 있는 다른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경우 하은이는 자기 놀잇감을 빌려주지만
모두 두고 간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혜원이가 가져가 버린다면 그것은
혜원이의 욕구는 충족될지 모르지만 또다른 아이인
하은이에게는 상처를 남기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했던 행동도 단호할 수 밖에 없었고..

혹시 혜원맘이 이 일기를 읽게 될지 모른다면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나의 행동에 엄마가 마음이 상했을지 모르지만
내 행동의 이면엔 그런 나의 생각이 있었다고..
그리고 혜원이의 행동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물론 아이들, 자기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좌절감'을 맛보겠지만 그럴땐
끊임없이 설득하고 행동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알려주라고..

4살의 우리 아이들..이젠 대화를 하면 의미를 알아듣고 받아들인다고..
정~ 당시에는 떼를 쓰는 바람에 이야기가 통하지 않더라도 조금 진정된 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반드시
아이랑 이야기 나누라고..
그때 상황이 어떠했고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했더라면 좋았을것 같다고..
엄마생각은 그러하다고 말이다.

요즘 엄마들..(비단 혜원이에게 국한된 이야기라 아니라~)
너무 내아이 '기' 죽일까봐 분명히 잘못되었음에도
지적도 않고 받아준다.
나도 그럴때가 많겠지..(아~ 내눈에 들보여~~)

누군들 내자식이 소중하지 않고 '기'죽이고 싶은 부모 누가 있으랴..
하지만 순간순간의 요구들을 별거 아니라고 무조건
수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좀더 통크게 때론 자기절제를 배울수 있도록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좋을것 같다.


** 하은이와 마주이야기 **

"하은아~ 오늘 친구들 놀러와서 좋았어?"

"응..혜인이도 오고 준하고 오고 원영이도 오고..
또 혜원이도.."

"그런데 혜원이 하은이 구슬 가져가려고 했어..
그래서 잉잉~ 울었어.."

"하은이도 잉잉~ 울었지? 왜..속상했어??"

"응..나~ 혜원이 싫어..
혜원이는 원영이도 밀고 준하도 때리고 혜인이도 꼬집었어.."

"그래..하은아..혜원이가 그랬지..
근데 혜원이가 뭔가 하고 싶었나봐..그런데 친구들이
안도와주니까 화가 났었나봐..그럴땐 말을 하면 좋았을텐데..그지?"

"하은이는 말 잘하는데.."

"그래..그리고 혜원이 하은이 구슬 가지고 갔어?"

"아니..두고 갔어.."

"그래..혜원이 잉잉~ 거렸지만 하은이 구슬, 모두다
두고 갔지..봐~ 엄마말이 맞지??
친구들 하은이꺼 모두 두고 갔지?"

"응..혜인이도 원영이도 준하도..혜원이도..
그런데 혜원이 구슬가져 가려고 했어.."

"....."


200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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