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가 자라면서 언젠가부터 늘 생각해 오던 물음이었고
나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의 말이기도 하다.

"내 아이만 중요한가?"

오늘 품모임을 가졌다.
모임은 어떤 정해진 틀이 있는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드나들면서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꾸려간다.

이 모임의 다른 엄마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적어도 이 모임에 대한 비중을 상당히 두고 있고
또 모임의 아이들이 어떤 기관에 소속되어 교육을 받지 않는 대신에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만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좀 더 좋은 놀이가 없을까?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이방이나 유치원엘 가지 않는 하은이가
또래 친구를 사귈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 사귀는 법을 알 것이고
사회성도 늘거라고..

3월부터 시작된 모임인데 지금은 7월..
지금쯤은 이 모임의 성격이 어떤것인지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를 느낀다.

아이들의 모임이란게 생각대로 그렇듯이
하나에 잘 집중 하지를 못하고 중구난방이다.
처음엔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제 아이들은 '수업'이란 것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를 하는것 같고 처음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이것은 엄마의 관점인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하은이의 입장에선 어떨까?
하은이는 대여섯명이 되는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좀체로
활기차게 잘 섞이지를 못하는것 같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성격도 다양하고 기질도 다~ 다르다.
과격한 아이, 실속을 차리는 아이, 조용한 아이..
하은이는 어떤 아이에 속할까??

첫째, 하은이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그럴적엔 귀를 막아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섞여서 잘 놀면서도 갑자기 싸우고 분탕이 나고 화해하고..
그런 와중에서 생기는 울음소리, 고음..이런걸 하은이는 싫어한다.
남들이 보면 하은이를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둘째, 자기의 생각에서 벗어날 때 황당해 한다.
구체적으로,
하은이는 친구의 물건을 만지고 싶을땐
"만져도 돼?"하고 묻고는 "된다"는 확인이 있을때 그 물건을 갖고 논다.
이런 생각을 가진 하은이인데 무리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황당해 할 때 엄마는 늘 하은이에게 양보하라고만
말할 뿐이다.
심지어는 하은이가 가진 것을 뺏을 때마저(하은이는 무척 서럽게 운다.) 엄마는 하은이가 양보하라고~ 그렇게 말할수 있을 뿐이다.
나도 속상하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너도 가서 뺏어라~"고 어찌 말하랴~
오늘 그랬다.
하은이도 나도 그래서 속상했다.

하은이는 누구든지 자기의 방식대로 하지 않고 그냥 힘으로 뺏어버릴때 심한 강탈감을 느끼는것 같다.
벌써 힘이란 것에 눌려야 하는 하은이..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엄마인 내가 더 속상한 것은
아이들은 모르니까, 아직 어리니까 그럴수 있다.
진작에 화가 나는건 엄마의 태도 때문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할때
엄마는 자기 아이편을 들면서
정작에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있을땐 몰라라~ 하는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나는 전자의 경우엔 하은이를 달랜다.
후자의 경우엔 당연히 야단을 친다.
다른 사람들이 있건 없건..

늘 그래왔던것 같다.
내아이 편을 들었던 적은 지금도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하은이의 견지에선 때론 엄했던 엄마..

그런데 오늘 그래왔던 엄마의 모습으로 인해서 하은이가 너무
안돼보였다.
자기 것을 뺏겨도 양보하라고..
남의 것을 뺏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런 하은이를 또 어떨적엔 어른의 견지에서의 완벽함을 요구하면서 혼을 낼 때도 있다.

마음이 불편하다.
하은이를 위해서 가지던 모임인데 오히려 하은이에게 올무가 되고 있지는 아닌가 해서..
이것 마저도 엄마의 욕심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모임을 마치고 시댁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랑 아빠가 느끼게 된건
"하은이를 우리가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라는 것이다.

엄마, 아빠 이외엔 사랑받을 곳이 없는 아이..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가친적이 많은 것도 아닌데
부모의 사랑이라도 넘치게 받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늘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가지지 못했던 생각..
남 아이도 중요하지만 내아이가 더 중요하다.
세상사람들 속에서 이런 생각을 가질수 밖에 없음이
오늘을 슬프게 한다.


<200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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