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빠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
아네트 티종 지음, 이용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아이들 책을 잘 몰랐을 때에도 이 서명을 자주 듣곤 했었는데(조카가 있는 관계로) '도대체 바바빠빠가 뭐란 말이지?' 하고 생각했더랬지요.「바바빠빠」를 구입하기 전 이 책에 관한 소개와 서평을 여러 편 읽었었는데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유령'이나 '괴물' 같은 존재인가 보다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이 집에 도착하고 타이틀 페이지를 보는데 표지에 두눈이 동그랗고 속눈썹까지 치켜올려서는 입꼬리로 웃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바바빠빠'를 보고는 '유령이 아니네~'하고 말했네요.

그렇게 무섭지도 흉측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대면한「바바빠빠」는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주겠지만 어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이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생이 불확실한 존재로 한 아이가 살고 있는 꽃밭에서 태어났지만 어른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채 동물원의 우리에 갇혀야만 하는 바바빠빠. 하지만 프랑수아와 바바빠빠는 첫눈에 좋은 친구가 되리라는걸 벌써 알아차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친구로부터 떼어놓는 게 있는데 어른들의 일방적인 편견이 개입되죠. '바바빠빠는 너무 커~~~' 하지만 이게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건 마지막 장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집을 지어주면 되는데 말예요. 동물원에 갇혀서 불행한 날을 보내는 바바빠빠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동물원에서조차 쫓겨나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 거리조차도 바바빠빠를 받아주지 않죠. 극장에서도 호텔에서도.

감정이 없을 것만 같던 바바빠빠의 두눈에서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집니다. 거리로 쫓겨난 후 밤이 되어 버리고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는데 어디에 몸을 뉘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심지어는 술주정꾼의 술주정 상대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요. 호텔에서 난 불과 동물원에서 도망쳐 나온 사나운 표범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준 이후 바바빠빠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영웅의 대접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우리의 순진한 친구는 이런 대우에 교만하지 않고 손가방을 들고는 옛친구인 프랑수와에게고 돌아옵니다. 영웅이 되어 돌아온 바바빠빠를 프랑수아의 엄마, 아빠도 그제사 반겨주네요.

책 전체에 있어 사건의 전개에 따라 변신하는 바바빠빠의 모습에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동물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계단이 되기도 하는... 이렇듯 변하는 몸을 지닌 바바빠빠가 자신들이 되고 싶은 것을 대신해서 변신해주니 아이들은 바바빠빠를 통해서 어쩌면 대리만족이란 걸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의 평범한 건축설계사였던 아네트 티종이 미국인 교사인 탈루스 테일러를 만나서 카페에서 장난으로 메모를 주고 받으면서 태어난 그림책이「바바빠빠」라는군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에 나오는 집이나 상가들이 대체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네트 티종이 건축설계사였군요. 직업은 못 속이나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맨마지막 장의 구도가 참 마음에 남더군요. 바바빠빠가 하늘을 보면서 자기를 만나고 싶으면 바바빠빠가 사는 집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아이들 마음에 바바빠빠가 정말 세상 어딘가에 꼭 살고 있을것만 같은 희망을 심어주는 듯 해서요.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인데 바바빠빠 앞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은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더군요. 저는 대단한 발견을 한 듯 한 사람 한 사람을 책에서 다시금 찾아보았는데 제가 뒷북인가요? 어쨌든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상상을, 어른들에게는 일방적인 편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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