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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ㅣ 과학은 내친구 4
호리 우치 세이치 글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1년 9월
평점 :
만3세.. 이 시기의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계는 온통 호기심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호기심 투성이인 셈이다. 우리아이도 예외가 아니어서 말버릇처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바로 “왜??”라는 말이다. 왜 물이 끓으면 김이 나느냐?라는 과학적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서 왜 끓은 냄비를 냄비받침에 받쳐야 하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의구심까지..질문은 끝이 없다.
어느 육아서에 이르기를 이 시기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진정한 의미의 지적 호기심이라기보다 단순히 엄마와의 유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관계의 결속에 더 의미가 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왜??”라고 물어올 때 가끔은 당황하고 가끔은 간략하게 조차도 설명하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히게 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어떤 것은 대충 머리로는 알지만 그것을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이해시키기가 어찌나 어려운 작업인지 내가 설명하는 설명이 더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두손, 두발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우리 엄마들에게, 또 그런 아이들에게 정말 안성맞춤의 책이 한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과학은 내친구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유아기를 벗어나 유년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생길법한 호기심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또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정리해 주는듯한 이야기형식의 지문이 4세에서 6세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딱~!!인 책이다. 그중, 우리아이가 한창 피부 밑에 무엇이 있는지를 궁금해 할 때 내 눈에, 그리고 내 아이의 눈에 딱 걸린 책이 바로 「뼈」이다. 뼈를 설명하기 위해 서점에서 여러 가지 책들을 뒤져보았는데 대개가 백과사전식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컷형식의 사진아래에 빽빽한 글씨체로 다양한 뼈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어른인 엄마가 보아도 한참을 읽은 후 소화해서 아이에게 리바이블해야 할 형편이니 선뜻 손이 가질 않는데다 책 자체가 4세인 우리아이의 수준에선 그림만 구경해야 할 판국이다. 아이에게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보다 오히려 책을 통해서 질리게 할 역반응이 눈에 선하다. 작가가 일본인이란 점이 아쉽지만 한림출판사의 「뼈」는 그동안 ‘뼈’에 대한 지속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던 내 아이에게 참으로 적격인 책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무심히 먹었던 생선뼈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뼈가 없는 동물(문어같은)을 등장시켜 뼈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또 뼈와 뼈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관절이나 근육이라는 전문용어를 들려주고, 뼈의 기능이 무엇인지, 그 뼈는 인간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몸이 발달한 동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음을, 또 화석이 된 뼈를 통해서 옛날 동물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도 있다는 과학적 사실까지를 다루어 준다. 아주 간략하면서도 ‘뼈’ 라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들은 짚어주고 있다.
처음, 아이가 ‘뼈’ 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 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겨우 몇 살인데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나 싶은 게 나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내가 그랬던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아이의 그런 호기심에 민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이 책을 알게 되어 아이에게 읽어주었을 때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호기심만 가득했던 것에 대한 사실을 책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니 얼마나 잘 흡수하던지.. 그 반짝반짝하던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이런 책들도 없었거니와 아이가 혹~ 호기심을 나타내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유아기 아이의 이런 호기심엔 그리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싶고, 또 이런 환경이 주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한편으로 부럽다. 아이의 호기심에 대한 엄마의 대답이 궁해질 때 이렇듯 ‘책’이라는 매체의 힘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