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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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발행년이 1991년이라니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군요. 어쩐지 그림의 유형이 좀 오래된 듯한 티(?)가 묻어나죠.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맨처음 본 것은 시댁에서 였는데 작은 조카가 이 책을 들고서는 키득~ 거리며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했던 말이 '숙모 이 책 너무 웃겨요~'

작품성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에는 좀 어긋난 책이죠. 내용은 재미있는데 그 재미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좀 황당스럽기도 하고 또 그림도 어딜 봐도 예쁘다거나 잘 그렸다거나 하지를 않잖아요. 하지만 그런 엄마의 취향과는 달리 저의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더랬어요.(지금은 저두 추천하는 책 중의 한 권이지만요.^^) 아이들의 취향은 책속의 어느 한곳이 마음에 들어도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특정한 책을 무척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많잖아요. 이 책에는 찾을 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도깨비'가 나오니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어쨌든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한번 살펴 볼까요? 타이틀 페이지에 파란색의 제목과 함께 책의 내용이 바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독특한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봐요~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엄마는 예전 우리 엄마들이 빨래하시던 모습처럼 두 팔을 걷어붙인 채 주름결이 들어간 나무 빨래판을 커다란 통에다 비스듬히 세우고는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마는 빨래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해치우(?)는지 나중엔 고양이든 뭐든 빨 수 있는 건 아무거나 찾아오라고 하죠. 이젠 엽기까지..

그 빨래를 널 빨랫줄을 한번 보세요. 숲속 나무를 빌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보세요. 그 빨랫줄에 널려있는 온갖 물건들을요. (그 물건들을 살피는 것만도 눈이 좀 아프려고 하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금방망이를 찾고 있는 천둥번개도깨비가 그 빨랫줄을 보고는 찾으러 오다가 그만 빨랫줄에 걸리고 맙니다. (이때 도깨비의 몰골을 한번 보세요.) 다른 빨랫감을 찾고 있던 엄마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평생 한번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도깨비를 빨래통에 집어던져 버리죠. 얼마나 열심히 빨았던지 도깨비는 눈도 코도 모두 없어지고 몸도 쭈글쭈글해져 버립니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분간을 못하겠던지 엄마는 아이들에게 '도깨비 얼굴을 좀 그려 보렴'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본래의 도깨비와는 대조적인 무척 귀여운 도깨비로 바꾸어 그려버리죠. 빨래통에 던져지기 전의 도깨비와는 전혀 다른 예쁜 아이(?)가 된 도깨비는 매우 만족해 하며 구름을 타고 날아갑니다.

다음날.. 그렇게도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또 빨래통을 꺼내와서는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리가 났어요. 온갖 더러운 도깨비들이 빼곡이 몰려온 거예요. 그리고는 합창을 하죠.

'빨아주세요, 씻겨 주세요!'
'그려 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
'어제처럼 또 해 주세요!'
그런 도깨비들의 합창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용사처럼..
'좋아, 나에게 맡겨!'라고..

정말 대단한 엄마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피곤한 노동일 수 있는 '빨래'라는 일상을 소재로 이렇게나 위풍당당한 엄마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다니 말예요. 엄마의 당당함은 제목에서처럼 모두가 무서워하는 도깨비마저 꼼짝 못하게 하고는 빨아버리는군요. 게다가 한꺼번에 몰려온 그 도깨비 무리들이란... 그 앞에서 더 당당해진 엄마의 들어올려진 팔뚝..

요즘 엄마들은 아이키우느라 굵어진 팔뚝을 숨기고 싶어하는데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굵어진 팔뚝이 무척이나 정감이 가더군요. 그 팔뚝은 바로 엄마가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의 상징처럼 확~ 부각되어 오는 것이 무엇을 맡겨도 감당할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엄마들, 팔뚝 부끄러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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