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y Friend Rabbit]으로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에릭 로만의 작품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Time Files]이지요. 어떻게 해서 번역본의 제목이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분명하게 전달해 주는 것 같아요. 공룡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 주제가 아니라 시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주제라는 거죠. 하지만 공룡전시관(자연사 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것은 어쩌면 작가의 탁월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은 현존하지 않는 거대한 몸집의 공룡이란 것에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지는 데다가 예전엔 존재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대상이기에 얼마든지 현재에서 고생대로 시간을 넘나들면서 그들을 만나보게 되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 테니까요.현실에서 살아있는 한 마리의 새가 화석으로 가득 차 있는 박물관으로 날아듭니다. 공룡들이 죽은 것이라는 걸 아는 듯이 작은 새는 여기 저기를 날아다니다가 아무 공룡에 앉아서 쉬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느새 현실의 세계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죽어있는 공룡을 깨우고는 아무 거침없이 날아다니던 겁없는 새를 잡아먹어 버립니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요. 어른들은 영문을 몰라서 앞장을 넘기기 바쁘구요. 하지만 사건은 거기까지입니다. 곧바로 시간은 현실로 되돌아와 버리죠. 살아서 꿈틀대던 공룡들도 다시 화석으로 돌아오고 공룡의 입에 삼켜졌던 작은 새도 다시 날개짓을 하면서 화석의 몸을 뚫고 나오죠. 이 책을 보면서 공룡에 대한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어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의 초점을 '시간'이란 것에 맞추어 책을 읽는다면 에릭 로만이 무엇을 염두해 두고 책을 만들었는지를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글이 하나도 없지만 아이의 상상력에 의지해서 이렇게도, 때론 저렇게도 읽어보는 책.. 글없는 그림책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