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아리며 카르페디엠 34
로이스 로리 지음, 서남희 옮김 / 양철북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시절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집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관한 책으로 제법 두꺼운 분량에 그당시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그리 관심이 가질 않는 내용의 책이었다. 중간쯤 읽다가 결국 포기했었던가? 그 이후로 다시는 이 책을 손에 잡질 못했었다. 내가 새로이 읽은 책, <별을 헤아리며>는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 포기했었던 책의 대용물처럼 비슷한 내용이지만 간략하면서도 쉬운 문장으로 한나절만에 읽어내려간 책이다.

1940년 4월, 독일에 의해 점령당한 덴마크에 살았던 한가족 그리고 이웃으로 있었던 유태인 가정을 통해서 '사람'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별을 헤아리며>이다. 작가후기에 분명히 이 책이 순전한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책의 주인공 '안네마리'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은 마치 실제로 존재했었던 어떤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느끼면서 읽었는데 이유는 그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덴마크의 왕이었던 크리스티안왕,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던 피터 닐슨 등)의 배경이나 소재(손수건, 전함 등)가 실제의 사실을 토대로 구성되어졌기 때문이다.

독일에 의해 쉽게 무너져 버렸던 덴마크, 하지만 그들이 정작 고통받거나 죽어가야 했던 이유는 자국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유태인 축출에 혈안이 되어있던 독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 주거나 탈출시키기 위해서 였는데 이는 요즈음 단지 눈앞에 보이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보호무역이니 EU연합이니 미국의 이라크 침공등을 일삼는 21세기의 세계적 세태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자신이 아닌 더군다나 자국민이 아님에도 스스로를 불살랐던 사람들..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상(理想)을 가슴에 품고 사라져 갔던 것이다. 서명(書名)에서 말하고 있는 '별'은 그렇게 보다 큰 이상 때문에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가야했던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운채 이기(利己)를 일삼는 국가나 개인들은 이 '별'들을 다시 헤아리며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재삼 되새겨 볼 필요가 절실한 듯 하다. 전쟁의 아픔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문제를 어른의 각도에서가 아닌 아이의 시선에 맞추어 쉽게 엮어놓은 책, 어른들보다 고학년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제 저는 여러분 모두가 이걸 기억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절대로 전쟁 전의 시대로 자신들을 되돌이키려 꿈꾸지 말기를. 젊은이건 나이든 이건, 여러분 모두를 위한 그 꿈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어야지 좁고 편벽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우리 조국이 갈망하는 위대한 선물이며, 스스로 노력하고 싸워나감으로써 얻을 때 자신이 한 부분이 됨을 기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킴 말테브룬(Kim Malthe-Br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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