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3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페니스톤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 살 때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그는 존 버닝햄, 찰스 키핑과 더불어 영국 현대 그림책 3대 작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처음 그의 그림책을 접했을 때 저는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책을 펼쳐들었었는데 이런 의구심이 생겼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과연 서양사람일까, 동양사람일까..' 왜 그런 의문이 순간적으로 생겼는지는 그의 작품을 펼쳤을 때 구석구석에 보이는 화법이 마치 우리나라의 민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달님이 본 것은?> 저의 아이가 16개월 즈음에 보았습니다. 저자의 이름은 모르고 서명(書名)이 워낙 유명했길래 무척 궁금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강렬하게 표현한 햇님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반대로 뒤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실제 색상에 충실하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때문이었는지 바탕색을 화려하게 선택했을 뿐 그리 강렬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덮었을땐 한면 한면이 뇌리에 떠오르는건 아마도 은연중에 각인이 되었나 봅니다.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는 또한 패러디 작가로도 유명한데 <잭과 콩나무>를 패러디한 <잭과 못된 나무>, 라 퐁테느의 우화를 패러디한 <바람과 해님>, <토끼와 거북이>, <팔려 가는 당나귀> 등등.. 한결같이 교훈을 주는 책들인 점이 특징입니다. 이런 그의 작품들만 보아도 그의 작가세계를 알수 있을 듯 합니다. 그중에 제가 강한 인상을 받았던 또 한작품이 바로 <서커스>입니다.

전체를 통해서 글은 단 두 줄 뿐입니다. 커다란 코끼리를 앞세운 서커스단이 마을로 들어서고 곧바로 서커스가 시작됩니다. 곰의 자전거 묘기, 아저씨들의 접시묘기, 원숭이의 외줄타기.. 우리나라에서 행해져 왔던 서커스와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이 글이 필요없이 와닿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작가가 글을 넣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정말 서커스장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을 어머니들이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데 이런류의 책은 말없이 그냥 보여만 주어도 무척이나 아이가 신기해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조금 커면 이렇게 묻겠지요.. '엄마, 이건 무슨 공연이야?' 그때가 되면 엄마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서커스에 대해서 상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에 잘 보기 힘든 '서커스'라는 것을 너무도 화려하게 표현해 놓은 그의 책을 통해서 이런 공연이 있음을 알게해 주는 것도 무척 뜻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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