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출 때 풀빛 그림 아이 32
샬롯 졸로토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그만 제가 그림에 반해 버리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런 경우는 꼭 책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그림이 너무 잘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멈출 때>도 아이들에게 좀 어려울 듯한 내용을 지문에 맞도록 그림 한 장 한 장이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인 스테파노 비탈레가 샬로트 졸로토의 철학적인 글을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그려냈는지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바탕 위에 그려진 낮과 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바람, 파도, 비... 모두가 어두운 듯하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어찌보면 화려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그 무엇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속의 그림이 이렇게 예술적일 수 있다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복을 받았다고 하지 않을수가 없군요.

이 책의 저자 샬로트 졸로토는 미국의 동화작가입니다. 칼데콧 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은 업적을 기려 1998년 그의 이름을 내세운 상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편집자로 활동 중이구요.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는 모리스 샌닥이 그림을 그린 <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 선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이 책에 나오는 화자는 엄마와 아이입니다.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에 엄마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참 친절하게도 대답해 주지요. 그런데 제가 책을 보면서 놀랐던 점은 전 어릴 적 자라면서 한번도 '존재의 끝'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책에 나오는 아이는 기껏해야 유치원 아니면 초등 저학년 같은데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참 일찍도 궁금해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이 책을 구입했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책을 읽는 아이도 언젠가는 책 속의 아이처럼 '존재'라는 것에 대해 한번은 생각하게 되겠지요. 우리 아이들 참 조숙합니다.

'왜 낮이 끝나야 하나요?'
'하지만 낮이 끝나면 해는 어디로 가나요?'
'그렇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끝나잖아요. 그럼 끝나는 게 있는 거잖아요!'

아이가 어느 날 불쑥 이런 질문을 해올 때 우리 어머님들은 어떤 대답을 해 주실수 있는지요?

'그래야 밤이 올 수 있으니까.'
'낮은 끝나지 않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 이곳에서 밤이 시작되면, 다른 곳에서 해가 빛나기 시작한단다.'
'가을이 끝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끝나면 봄이 시작된단다….'

세상의 이치를 아이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엄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해 줍니다. 어찌보면 철학(철학을 잘 모르지만..^^)의 '순환론'을 얘기하고 있는 듯 하네요. 저의 아이가 두돌 즈음에 아이와 상관없이 제가 책에 반해서 구입했다가 오랜동안 혼자서 보물 모셔두듯이 했는데 만 3세가 된 어느날 이 책을 들고 오더라구요. 그림을 살피면서 들으라고 읽기도 천천히, 페이지도 천천히 넘겨주었더니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듣고 있네요. 집중해서...

<바람이 멈출 때>를 읽고 아이가 좋아했다면 같은 저자의 <잠자는 책>도 권합니다. 여러 동물들의 잠자는 습성이나 모습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 하구요. 동시처럼 운율이 잘 맞고 언어가 반복되이 사용되고 있어 시적인 감상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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