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재미마주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백두산 이야기>에 이은 류 재수 님의 두 번째 야심작(?)입니다. 얼마전에 아이랑 아빠랑 유럽에서나 볼 법한 '분수쇼' 라는걸 함께 볼 기회가 있었어요. 한줄로 늘어선 분수가 현란한 조명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데 그야말로 일품이더군요.. 그런데 그 광경을 예술로서 승화시켜 주는 무엇이 있었답니다. 바로 '음악'이지요..

그 분수들이 그냥 분수대에서 쏫구쳐 올랐다면 보는 이로부터 단순히 시원하다거나 굉장하다라는 감탄은 받았을 지언정 그 분수쇼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 할 수는 없는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보았던 분수는 단순한 분출이 아니라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듯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예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렇듯 단순한 것에서 한단계 끌어 올려주는 모티브.. <노란 우산>은 13개의 피아노 곡을 담은 CD를 한 장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또는 책을 읽은 후 이 CD를 꼭 감상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책만으로는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상을 다 전해 받을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는 이 음반을 작곡하는데 2년의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곡가 신승일 님의 인터뷰 글입니다.

<노란 우산>의 음악은 가장 원초적인 음으로 돌아가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그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도-미-솔'로부터 발전해 가는 13개의 피아노 곡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적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며, 서정성 짙은 그림들과 함께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곡가의 말처럼 CD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은 시작 두 마디가 피아노에서 가장 단순하다는 세 개의 음인 '도,미,솔' 음으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노란 우산'의 테마로부터 다음에 흐르는 곡들은 조금씩 변형을 하면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있어서 CD의 중요성은 한껏 크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책으로서의 <노란 우산>은 어떨까요? 이 책은 작금의 히트작인 <백두산 이야기>보다 3년이나 앞선 1985년에 이미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업(?)에 들어갔다고 할만큼 오랜시간 동안 고심해서 출판된 작품입니다. 무려 다섯 번이나 고치고 다시 그렸다네요.. 2001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무려 15년이나 걸린 셈이네요.. 이 재수님의 <노란 우산>과 관련한 인터뷰 중에서 어떻게 착안을 하시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기사에서 옮깁니다.

비오는 날의 촉촉한 향기를 담고싶었다. 같은 노랑색이라도 아름다워 봬는 것이 따로 있다. 같은 사과라도 어떤 것은 유난히 맛있듯이, 비오는 날의 독특한 기분, 비 냄새, 조용한 서정, 뭐 그런 느낌들을 담으려 했는데, 그걸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굉장히 오랜 시간 작업해야 했다.

그의 작가로서의 프로정신을 엿볼수 있는 대목인 듯 합니다. 글씨 하나 없이 그려진 그림책이지만 비오는 날 색색깔의 우산을 받쳐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우산들의 행렬, 그 행렬이 지나치는 배경에서 충분히 비오는 날의 서정을 흠뻑 느낄수 있을 듯 합니다. 교훈적인 내용도 지문도 없지만 그저 흘러나오는 음반에 의지해서 표지를 넘기며 노란 우산을 따라가다 보면 놀이터도 지나게 되고 분수대도 지나고 빌딩을 지나 기차 건널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모여든 색색의 우산행렬과 함께 교문을 통과하고 교실에 들어서게 되지요..

과연 누가 지문이 아닌 음악을 통해서 그림책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생각했을까요? 2002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그림책'에 선정되고 미국에서 판권을 수입한 케인밀러 출판사에 의해 9월 미국에서 출간됐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책 관련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국제어린이 도서 협의회에 의해 '50년 통산 세계의 어린이책 40권'에도 뽑혔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았다고 밖에 말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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