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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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그림책 시리즈 ‘솔거나라' 중에 탈과 탈춤을 소재로 한 그림동화예요. 말썽쟁이 건이의 심리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지녀왔던 여러 가지 탈의 성격과 탈이 지니는 의미를 잘 전달해 주고 있죠. 시골의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건이는 한껏 말썽을 피운 뒤 혼날 것이 두려워 다락방에 숨습니다. 아이들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이 부분 부터가 어쩌면 탈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모습을 다락방에, 그리고 더 완벽한 어딘가에 숨고 싶은 마음을 탈이 가능케 해 주니까요..

옛적 우리 조상들은 현실에서의 갈등과 불만을 탈춤을 통해서 많이 정화시키곤 했다죠. 다락방에 숨어들은 건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으신(방의 액자 사진을 볼 때) 탈들을
발견하고는 하나씩 뒤집어 쓰기 시작합니다. 그 탈들을 썼을 때 현실에서 맞닥뜨린 건이의 걱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건이는 단지 탈주인공이 되어 호통도 치고, 웃기도 하고, 춤도 추어 보게 되지요.. 이건 우리 조상들이 탈을 통해서 가졌던 탈의 역할을 꼬마아이 건이도 금방 익숙하게 섭렵(?)하고 있다는 것이죠..

한 달이 지나면 데리러 오겠다던 아빠, 엄마에 대한 불만도 잊어버리고.. 마당에 한껏 말썽을 피우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혼날 걱정도 탈을 통한 역할놀이로 금새 망각해 버립니다. 네눈박이 방상씨탈을 쓰고는 다락방 귀신들을 혼내주고, 소탈을 쓰고 네발로 돌아다니고, 양반탈을 쓰고 점잖게 기침도 에헴~ 거리며 해보고, 개구쟁이 말뚝이 탈을 쓰고는 양반들을 골려주기도 하며 신나게 놀지요.

그렇게 실컷 놀고 난 후 탈을 벗고 보니 현실의 문제가 덜컥 생각납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애초에 사건의 발단이었던 엄마, 아빠의 출현으로 건이의 불만은 해소가 되고 행복한 결말로 책장을 덮게 되지요.. 마지막 장의 '그런데 탈을 쓰면… 정말 아무도 모를까, 내가 누군지? '라는 건이의 의미심장한 말의 여운을 지닌채로...

이 책에는 아이들이 알아야 할 대표적인 우리 탈, 6가지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신앙가면의 일종인 구나가면(귀신 쫓는 탈)인 방상씨탈, 풍년을 기원하는 양주 소놀이굿의 소탈, 가장 한국적인 얼굴로 뽑히는 하회 양반탈, 전형적인 민중을 상징하는 말뚝이탈, 각시탈과 미얄할미탈...

얼마전에 아산 민속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탈들을 볼 일이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탈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더군요.. 제가 보았던 느낌은 책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어찌보면 흉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긴 그 당시에 일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놀잇감으로서의 탈일 뿐인데 좋은 재료로 멋지게 만들어 졌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던 저의 생각이 참으로 짧았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만들더군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좀체로 접해 보기조차 힘든 소재인 '탈'을 건이라는 개구쟁이 아이를 등장 시킴으로써 책을 읽은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건이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종류의 '탈'을 따라 잡을수 있도록 글을 구성한 점이 단연 돋보이는 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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