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내동생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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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하야시 아키고를 좋아한다.그녀의 책은 일본이라는 이방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네와 비슷한 외형을 지닌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낯익은 소재로 하여 이질감 보다는 친밀감을 갖게 만든다.하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그녀가 직접 쓰고 그린책을 접하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며 이해하고 있는가를 알수 있기 때문이다.어린이 그림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고 이렇듯 섬세하게 표현해 주는 책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책은 아이가 영아일 적부터 「달님안녕」「구두 구두 걸어라」「손이 나왔네「싹싹싹」등으로 이미 친숙해져 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고 있는점이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꼭 맞는 모양이다.단순함 속에서의 친밀감을 네세운 그녀의 책은 4살인 지금까지 아이의 손에서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상상력이 극대화 되어 있는 「목욕은 즐거워」는 아이의 목욕놀이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었던가!어릴적에 특별한 애정을 준 인형이 하나씩 있을법한 아이들에게 「은지와 푹신이」는 인형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환타지 세계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상상속에서 욕구를 충족하기도 하고 긴장이나 불만을 해소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환타지 장르의 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말이 맞다면 아이는 「목욕은 즐거워」와 「은지와 푹신이」를 통해서 현실에서의 욕구불만을 분명히 어느정도 해소 했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은 충분히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순이와 어린동생」에서 순이는 이미 동생돌보기의 문제(?)를 넘었었다. 하지만 소유관념에 있어 한창 자기의 것을 주장하는 시기에 '배려'라는 것을 익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을 통해 무리없이 '순이의 양보'를 보여준다.순이 또래에 있을법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바로 내 아이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어찌보면 흔한 일상이기에 자칫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일 취약점인 평범함을 기.승.전.결의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잘 표현해 낸 그림의 조화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이끌고 있다.

아키코 책의 특징이라면 표제지와 백페이지에 이야기의 발단이나 전개, 결말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표지를 통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표지 또한 이야기의 부분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이 특징이라 하겠다. 또 한가지 여타 책들과 다른점은 등장 인물들의 까메오 출연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기법을 책이라는 비영상물에 도입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나는 아키코의 그림책을아이에게 읽어주는 동안 모든 등장인물이 다른책에도 등장하고 있을 것 같아 확인하고픈 충동을 많이 느꼈었다.

어린이는 평소에 보고싶고 듣고싶고 체험하고 싶다고 느낀 것을 명백하게 제시해 주는 그림책을 발견했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처음 동생을 보게 되었을 때, 목욕 하는 것, 심부름 하던 날의 설레임, 유치원에 처음간 날의 감정을 잘 읽어내어 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아키코의 책은 분명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작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아이들과 마음의 교류를 가지고 그들의 신뢰와 공감을 얻은 그림책이야말로 진정 아이들을 위한 좋은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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