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초판 발행년이 1991년이라니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군요.어쩐지 그림의 유형이 좀 오래된 듯한 티(?)가 묻어나죠..「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맨처음 본 것은 시댁에서 였는데작은조카가 이 책을 들고서는 키득~ 거리며 보고 있는 거예요..그러면서 했던 말이 "숙모 이 책 너무 웃겨요~"작품성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에는 좀 어긋난 책이죠...내용은 재미있는데 그 재미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좀 황당스럽기도 하고또 그림도 어딜봐도 예쁘다거나 잘 그렸다거나 하지를 않잖아요..하지만 그런 엄마의 취향과는 달리 하은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더랬어요..(지금은 저두 추천하는 책중의 한권이지만요..^^)아이들의 취향은 책속의 어느 한곳이 마음에 들어도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특정한 책을 무척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많잖아요..이 책에는 찾을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또 하은이가 좋아하는 '도깨비'가 나오니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요..어쨋든 하은이와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한번 살펴 볼까요?
타이틀 페이지에 파란색의 제목과 함께 책의 내용이 바로 시작되고 있습니다.'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아무래도 좀 독특한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봐요~그리고 다음장을 넘기면 엄마는 예전 우리 엄마들이 빨래하시던 모습처럼두 팔을 걷어 붙인채 주름결이 들어간 나무 빨래판을 커다란 통에다 비스듬히 세우고는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엄마는 빨래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그리고 얼마나 잘 해치우(?)는지 나중엔 고양이든 뭐든 빨수 있는건 아무거나 찾아오라고 하죠..이젠 엽기까지..그 빨래를 널 빨랫줄을 한번 보세요..숲속 나무를 빌려야 할 지경입니다.그리고 보세요..그 빨랫줄에 널려있는 온갖 물건들을요..(그 물건들을 살피는 것만도 눈이 좀 아프려고 하죠..)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금방망이를 찾고 있는 천둥번개도깨비가 그 빨랫줄을 보고는 찾으러 오다가 그만 빨랫줄에 걸리고 맙니다.(이때 도깨비의 몰골을 한번 보세요..)다른 빨랫감을 찾고 있던 엄마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평생 한번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도깨비를 빨래통에 집어던져 버리죠..얼마나 열심히 빨았던지 도깨비는 눈도 코도 모두 없어지고 몸도 쭈글쭈글해져 버립니다.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분간을 못하겠던지 엄마는 아이들에게"도깨비 얼굴을 좀 그려 보렴"하고 말합니다.아이들은 본래의 도깨비와는 대조적인 무척 귀여운 도깨비로 바꾸어 그려버리죠..빨래통에 던져지기 전의 도깨비와는 전혀다른 예쁜아이(?)가 된 도깨비는 매우 만족해 하며 구름을 타고 날아갑니다.다음날..그렇게도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또 빨래통을 꺼내와서는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그런데 난리가 났어요..온갖 더러운 도깨비들이 빼곡이 몰려온 거예요..그리고는 합창을 하죠.."빨아주세요, 씻겨 주세요!""그려 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어제처럼 또 해 주세요!"그런 도깨비들의 합창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주먹을 불끈 쥐고는 용사처럼.."좋아, 나에게 맡겨!"라고..
정말 대단한 엄마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어쩌면 피곤한 노동일 수 있는 '빨래'라는 일상을 소재로 이렇게나 위풍당당한 엄마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다니 말예요..엄마의 당당함은 제목에서 처럼 모두가 무서워하는 도깨비마저 꼼짝못하게 하고는 빨아버리는군요..게다가 한꺼번에 몰려온 그 도깨비 무리들이란...그 앞에서 더 당당해진 엄마의 들어올려진 팔뚝..요즘 엄마들은 아이키우느라 굵어진 팔뚝을 숨기고 싶어하는데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굵어진 팔뚝이 무척이나 정감이 가더군요..그 팔뚝은 바로 엄마가 지닐수 있는 당당함의 상징처럼 확~ 부각되어 오는 것이무엇을 맡겨도 감당할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그러니 엄마들, 팔뚝 부끄러워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