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몰리 뱅은 칼데콧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저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주로 짙은 유화를 사용하고 그림 전체를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해 내지요..「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에서도 작가는 짙은 원색의 유화를 내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쏘피가 정말,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하는 장면에서 그 원색은 쏘피의 극대화된 감정의 표출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쏘피가 어느정도 화가 났는가 하면 발을 구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세상을 작은 조각으로 부숴버리고 싶다'고까지 합니다.조그만 체구의 쏘피뒤로 그려진 쏘피를 상징하는 내면의 붉은 그림자는 그런 쏘피의 감정을더 큰 행동으로 확실하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쏘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주변을 온통 삼킬 듯 붉게 포효하고 있고폭발할 듯한 감정은 쏘피를 감싼채 꿈틀꿈틀 하면서 화산의 분출처럼 주변을 압도해 버릴 지경이죠.정말, 무지무지 화가 나 있습니다.화를 못이겨 지칠때까지 달려도 보고 울어도 봅니다.화를 못이기는 아이의 행동이, 내면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지요.저는 이 책을 보구서 놀랐습니다.'한 소녀에 불과한 아이(쏘피)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격해질수도 있구나..''어른과 다르지 않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어른들은 대개 아이들에게서 벌어지는 생활의 단편들은 많이들 무시하잖아요..그래서 곧잘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아이를 구슬려 보기도 하고 말입니다.하지만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게 되는 일인데아무리 작은 아이일지라도 그 아이의 생각과 감정은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그대로라는 겁니다.어리다는 이유로 절대로 무시되어 질수 없다는 거죠..화가 나서 뛰쳐나간 쏘피..그럼 어떻게 해서 화를 풀게 될까요..그 방법은 참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걸어가다가 오래된 나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나무위에서 출렁이는 바다와 파도를 바라보게 되죠..그 자연앞에서 쏘피의 감정은 차츰 누그러뜨려 지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은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자연이 가져다 준 편안함을 안고 돌아온 집에선 모두가 그녀를 반겨주고쏘피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되죠..우리 어른들도 그렇잖아요..세상의 잡다한 일로 심신이 지칠 때 일상을 떠나 자연속에 머물다가 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세상 근심이 많이 날아가 버린듯한 느낌..좀 더 마음이 넓어져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듯이 책속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도 그런 지혜를 스스로 깨닫고 있네요..처음 화가 났을 때 쏘피를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의 색은 붉은 색입니다.하지만 숲속을 들어서면서 그 붉은 색은 차츰 옅어지고 나무에서 평안을 되찾은후내려올 때 그 띠는 오렌지색으로 변해 있습니다.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때의 쏘피..이제 붉은색은 온데간데 없고 평안한 느낌의 노란색만이 쏘피를 감싸고 있네요..아이의 감정변화를 이렇듯 색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시도가 새롭습니다.사소한 일이건만 이렇듯 엄청난 화를 뿜을수 있다는 아이들의 내면세계도 무척 재미있게 표현해 놓은듯 하구요.뿐만 아니라 자연속에서 화를 다스리는 아이의 모습도 인상적이구요..아이책을 아이랑 함께 읽으면서 얻게 되는 큰 기쁨중의 하나가아이들의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이 책,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도 그 중의 한권입니다. 2000년 Caldecott Honor Book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