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류재수 (지은이), 신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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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야기」에 이은 류 재수 님의 두 번째 야심작(?)입니다.

얼마전에 하은이랑 아빠랑 유럽에서나 볼 법한 '분수쇼' 라는걸 함께 볼 기회가 있었어요.
한줄로 늘어선 분수가 현란한 조명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데 그야말로 일품이더군요..
그런데 그 광경을 예술로서 승화시켜 주는 무엇이 있었답니다.
바로 '음악'이지요..

그 분수들이 그냥 분수대에서 쏫구쳐 올랐다면 보는 이로부터 단순히 시원하다거나
굉장하다라는 감탄은 받았을 지언정 그 분수쇼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 할 수는 없는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보았던 분수는 단순한 분출이 아니라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듯 무언가를 표현하는 행위예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렇듯 단순한 것에서 한단계 끌어 올려주는 모티브..

「노란 우산」은 13개의 피아노 곡을 담은 CD를 한 장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또는 책을 읽은 후 이 CD를 꼭 감상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책만으로는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상을 다 전해 받을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는 이 음반을 작곡하는데 2년의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작곡가 신승일 님의 인터뷰 글입니다.

<노란우산>의 음악은 가장 원초적인 음으로 돌아가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그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도-미-솔"로부터 발전해 가는 13개의 피아노 곡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적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며, 서정성 짙은 그림들과 함께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곡가의 말처럼 CD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은 시작 두 마디가 피아노에서 가장 단순하다는 세 개의 음인 '도,미,솔' 음으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노란 우산'의 테마로부터 다음에 흐르는 곡들은 조금씩 변형을 하면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있어서 CD의 중요성은 한껏 크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책으로서의 「노란 우산」은 어떨까요?

이 책은 작금의 히트작인 「백두산 이야기」보다 3년이나 앞선 1985년에 이미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업(?)에 들어갔다고 할만큼 오랜시간 동안 고심해서 출판된 작품입니다.
무려 다섯 번이나 고치고 다시 그렸다네요..
2001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무려 15년이나 걸린 셈이네요..

이 재수님의 「노란 우산」과 관련한 인터뷰 중에서 어떻게 착안을 하시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기사에서 옮깁니다.

비오는 날의 촉촉한 향기를 담고싶었다. 같은 노랑색이라도 아름다워 봬는 것이 따로 있다. 같은 사과라도 어떤 것은 유난히 맛있듯이, 비오는 날의 독특한 기분, 비 냄새, 조용한 서정, 뭐 그런 느낌들을 담으려 했는데, 그걸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굉장히 오랜 시간 작업해야 했다.

그의 작가로서의 프로정신을 엿볼수 있는 대목인 듯 합니다.

글씨 하나 없이 그려진 그림책이지만
비오는 날 색색깔의 우산을 받쳐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우산들의 행렬,
그 행렬이 지나치는 배경에서 충분히 비오는 날의 서정을 흠뻑 느낄수 있을 듯 합니다.

교훈적인 내용도 지문도 없지만
그저 흘러나오는 음반에 의지해서 표지를 넘기며 노란 우산을 따라가다 보면
놀이터도 지나게 되고 분수대도 지나고 빌딩을 지나 기차 건널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모여든 색색의 우산행렬과 함께 교문을 통과하고 교실에 들어서게 되지요..

과연 누가 지문이 아닌 음악을 통해서 그림책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생각했을까요?

2002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그림책'에 선정되고
미국에서 판권을 수입한 케인밀러 출판사에 의해 9월 미국에서 출간됐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책 관련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국제어린이 도서 협의회에 의해 '50년 통산 세계의 어린이책 40권'에도 뽑혔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았다고 밖에 말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노란우산」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서평을 옮깁니다.

'Yellow Umbrella': A Rainy-Day Tale With Music but No Words
By JENNY ALLEN
노란우산 : 글 없이 음악과 함께 하는 비오는 날 이야기(글 : 제니 앨런)

When I first flipped through ''Yellow Umbrella'' and found a CD tucked in a plastic pocket inside the back cover, I felt cranky. Does everything have to come with a CD or a CD-ROM or a tape or a video? Can't a book just be a book anymore?

나는 처음 "노란 우산"을 펼쳐 들고 뒤 커버 안 쪽에 CD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좀 상했다. 이제는 너무나 많은 그림책에 CD나 CD-ROM, 카세트, 비디오 테이프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더 이상 책은 책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So I put off listening to the CD, a musical accompaniment to the pictures in this lovely wordless book, fearing it would be superfluous at best, dumb at worst, and I focused on the softly colored illustrations that tell the simple story. It begins with just one bright yellow opened umbrella, seen from above and surrounded by a sea of soft grays.

그래서 나는 일단 음악을 듣지 않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 없는 그림책에 음악이 반주를 한다면 최선의 경우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과도하거나, 최악의 경우 작품 전체가 망가질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단 단순한 이야기를 부드러운 색채로 그려낸 그림책에 집중했다.

We know there's a child holding the yellow umbrella because a small image on the title page shows a child's legs and boots underneath it, but on that opening spread we see only the sidewalk beneath the umbrella and a walkway leading from a little house. Umbrella and owner, it seems, have just left the house. On the next spread, Yellow Umbrella is joined in front of another house by Blue Umbrella; on the next, Red.

책을 펴면 어린아이가 노란 우산을 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책의 속표지에 우산 밑으로 어린이의 다리가 보여진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책의 첫 페이지부터 우산 밑으로 보이는 것은 단지 작은 집으로부터 연결되어 이어진 단조로운 골목길뿐이다. 우산을 든 아이는 방금 집을 나온 듯 하다. 다음 장에서 노란 우산은 또 다른 집 앞에서 파란 우산과 만난다. 그 다음은 빨간 우산...

Page by page, more lambently colorful umbrellas join the group. The landscape changes -- the isolated houses give way to a playground, a canyonlike city street, a busy intersection -- but the backgrounds are subtle, all soft colors and soft edge; Jae Soo Liu's visible brushstrokes bring a lovely texture to the pictures and suggest the streaked, blurry look of a rainy day.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점 더 많은 절묘한 색깔의 우산들이 모여들고 배경이 바뀌어 나간다. 외딴 집은 놀이터로 이어지고 골짜기 같은 도시의 거리, 바쁜 교차로 등 여러 가지 배경은 모든 색감과 형태가 부드럽게 처리되어 은은하면서도 교묘한 느낌을 준다; 류재수의 붓 자국이 살아있는 그림은 각 장면에 사랑스러운 질감을 제공하며 비오는 날의 풋풋한 경치를 이어나간다.

There are other wordless children's books. I'm fond of Raymond Briggs's classic tale ''The Snowman'' and of the richly imagined, funny fantasies ''Tuesday'' and ''Sector 7,'' both by David Wiesner. Call me a party pooper, but Alexandra Day's popular ''Carl'' books, in which a preternaturally competent dog cares for a baby, give me the creeps. On the other hand, I love Day's book ''The Christmas We Moved to the Barn.''

이전에도 글이 없는 그림책들이 있었다. 레이몬드 브리그즈의 고전적인 이야기 "스노우 맨"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풍부한 이미지와 재미있는 판타지를 펼쳐 보이는 데이빗 와이스너의 "화요일"과 "제7구역", 초능력을 가진 개가 어린 아기를 돌보는 이야기인 알렉산드라 데이의 히트작 "칼" 시리즈도 재미있다. 데이의 또 다른 책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헛간으로 이사했다"도 아주 좋다.

There's something special about wordless stories -- they're great for children who can't read to themselves yet, or who are new to English. But they also have another appealing quality. The author seems to be telling his audience: ''I know you, you're the kind of person who can follow this story; you don't need any words from me spelling it all out. I'm sure whatever words you think up in your head will be better than whatever I might have written -- that's why I've left it up to you.''

글이 없는 그림책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거나 영어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 뿐 아니라 좀 더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의 작가들은 독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 하다; "당신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 같은 독자에게는 굳이 내가 언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나의 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연상하든지 그건 아마 내가 글로 쓴 어떤 이야기보다 더 훌륭하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이야기를 당신을 위해 남겨둔 것입니다."

''Yellow Umbrella'' offers the same flattering invitation. Children will probably make up a bit of bossy dialogue for Blue Umbrella, who likes being in front of the pack. And wordlessness suits this particular story perfectly, reflecting the muted, muffled quality that rain brings to a day.

"노란 우산"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아이들은 어쩌면 파란 우산을 위해 좀 거들먹거리는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글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완벽하다.

I was wrong about the CD. Dong Il Sheen, the composer -- who, like Jae Soo Liu, is Korean -- has written a sweet, cheerful score that doesn't just provide background noise; it enriches the experience. There's a simple, stout-hearted theme song, played on the piano, for this band of parentless adventurers, with variations and embellishments appropriate to each picture (pauses in the music indicate when it's time to turn the page). When we see raindrops making ripples on a river, we hear a quick plinking of the piano keys; a jittery version of the theme takes over as the umbrellas cross a busy city street.

CD에 대한 선입관은 잘못이었다. 류재수와 같이 한국의 작곡가인 신동일은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음악을 작곡했는데, 단지 배경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예술적인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피아노로 연주되는 단순하면서도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음악은 여러 가지 변주와 장식을 곁들여 전개되면서 어린아이의 여행을 보조한다.(음악 사이 사이의 침묵이 책장을 넘기라는 표시를 해 준다.) 빗방울이 강물에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빠르게 톡톡 튀는 피아노 음형을 들을 수 있고, 우산들이 분주한 길거리를 지날 때는 복잡한 테마가 연주된다.

Listening to the music slows down the experience of the book in the pleasantest way. I found myself lingering over the pages' dove grays and soft greens. Following the music and pictures together felt like watching a dreamily pretty ballet.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기분 좋게 늦춰준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 동안 부드러운 회색과 녹색의 장면 속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음악과 그림을 함께 따라가는 동안 나는 마치 꿈속에서 아름다운 발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Truth to tell, eventually I decided the book needs the music. The story is a bit unadorned without it; there are no faces, no figures until the very end, and for all the changing terrain, the action amounts to one long walk. No matter. Children and their parents who treat themselves to these gentle pleasures may well step outside on the next drizzly day and see its soft beauty, the way the grays give spots of color -- like umbrellas, traffic lights and taxicabs -- a luminous glow; they may well hear the sweet tune of ''Yellow Umbrella'' in their heads. The memory will brighten any rainy-day outing -- even a trip to school.

결국 나는 이 책에 음악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음악 없이 이 책의 이야기는 좀 너무 소박하다. 우산을 쓴 아이의 얼굴도 안 나오고 마지막 페이지 전까지는 몸이나 팔다리도 보여지지 않는다. 심각한 결점은 아니지만. 이 책의 잔잔한 즐거움을 만끽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앞으로 비오는 날 함께 외출해서 책의 그림과 같은 촉촉한 정경을 즐기면서 "노란 우산"의 즐거운 테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기억은 어떤 비오는 날이라도 반짝 떠오를 것이다. 단지 학교 가는 길이라 할 지라도.

Jenny Allen is a freelance writer and stand-up comic in New York City.


다음은 이 책이 글없는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하은이가 읽어달라고 할 때 제가 어눌하게 읽어주는 스토리입니다.

[표지]
하은아 이게 뭐니? 그래 노란 우산이네..
노란 우산 친구가 어딜가나 보다..
어딜 가는지 한번 따라가 볼까?

[본문]
어~ 친구가 집을 나와서 길을 따라가고 있네~
파란 우산 친구도 막 집을 나섰네..
"친구야 안녕?"
"노란우산아 너도 안녕?"
"어~ 저기 빨간우산 친구가 골목길을 나온다~"

친구들이 어디를 가고 있니?
그래~ 다리위를 지나고 있네..다리밑을 봐~
동그랗게 물이 번지고 있어..

이번에는 어딜까?
놀이터네..뭐가 있니?
미끄럼틀이랑 시이소랑 그네, 회전틀도 보이네..
이젠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이건 어딜까?
분순데 물이 꺼져있다 그지?
이 친구들은 위쪽으로, 다른 친구들은 아래쪽 길로 가고 있네..

아~ 여긴 조심해야겠네..
어딘것 같아?
그래 계단이야..한발 한발 조심해서 내려가자~

모두 Stop!
기차가 오고 있어..여긴 기차건널목이야..
기차가 지나가니까 멈춰야 해..봐~ 모두들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지?

와~ 높은 빌딩들이 있는 건물속을 지나고

횡단보도도 건너가..차들은 모두 멈춰 있지?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왔나봐..

이제 정말 친구들이 많이 모였네..
초록 우산친구, 분홍 우산친구, 주황 우산친구...
모두들 어디를 지나는것 같아?
그래~ 여긴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숲같아 보여~

모두 모두 어딜갈까? 무슨 얘기 하는것 같아?

와~ 저기 건물이 보인다.
저긴 무슨 건물이야? 학교(유치원)??
모두들 학교에 가고 있었구나..
이제 다 왔네..

모두들 들어갔어..
우산 친구들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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