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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은 386세대다. 386세대가 그러하듯, 그들은 사회의 가장 어수선한 자리에서 대학을 다녔고, 어떤 학번보다 시대정신이 투철하다. 도서관에 짱박혀 공무원 공부나 하는 우리학번과는 차원이 다른. 적어도 그들은 시대를 고민할 줄 아는 세대였다. 군화발 정권을 향해 짱돌을 던지던 그렇지 않던간에 그들은 변화된 역사의 아주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386은 아니지만 엄연한 또 다른 386들이 수없이 있었을 것이다. 386은 지극히 계급적 의미가 내포되어진 것이다. 8의 의미는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학번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짱이라는 아이의 눈을 통해 본 봉순이 언니는, 6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그리고 여성이 처한 위치 여성중에서도 가장 낮은 위치의 계급인 식모라는 위치를 통해 전개해 나간다.
막스에 의하면 60년대 시대상은 소수가 절대다수를 억압하는 시대상이다. 그 시대상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지속되어 지고 있으며 계급투쟁은 더욱더 확실해 지고 있다. 막스의 이론이 끝났다고는 말하지 말기를. 고전 막스주의는 여전히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난 막스의 모든 사상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아편이다! 라고 말한 그의 사상에는 결단코 동조할 수 없으나,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페허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공감한다.)
막스의 사회주의 형태- 막스가 주창한 사회주의를 충실하게 이행했던 국가는 실은 없다고 본다. 죽은 막스가 자신의 이론이 그토록 난도질 되었다는것을 무덤에서 알았더라면 벌떡 일어나지 않았을까?!- 는 끝났을 지언정 그가 말했던 계급투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니 심화되어 가고 있다. 어느 누가 자본주의가 최고의 가치다! 란 지랄에 쌈싸먹는 얘기를 하고 있는가?"
이 책에 보면 이런말이 나온다.
" 그곳(공장)에 간지 한달, 명목상으로는 대학졸업자의 신분을 들켜버린 셈이었지만, 내심으로는 나를 발각해준 공장주측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그녀역시 봉순이 언니를 통해 본 식모의 모습에서 사회의 불평등, 혹은 계급의 불평등을 느꼇을 것이며 수 많은 봉순이 언니와 맞닥들였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봉순이 언니와 같은 진짜 현실의 삶에 대한 심정적 지지자였을 뿐이다. 그녀는 봉순이가 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위장취업을 발각해준 공장주측에 감사하는 마음에 그녀와 수 많은 봉순이들은 절대로 일치 할 수 없음이 나타난다.
칼 막스 역시 자신은 공장에 발 한번 들여 놓지 않은 채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역사적 사명을 맡겼고, 자신도 결코 그들처럼 사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으면서 부르주아들을 야유했다.
봉순이 언니의 이 책이 이렇게 거창한 계급 문제를 얘기하는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봉순이 언니는 적어도 그렇다는 것이다. 20:80 세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며 수 많은 다른 형태의 봉순이 언니는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이상 수 없이 양산되어질 것이므로..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나는 봉순이 언니의 심정적 지지자일 뿐이다. 그러나 심정적 지지 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반 봉순이 언니의 세력들은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60년대 시대상으로 봉순이언니를 치부해버리기에는, 옛날에 아현동이 그랬지라며 그 시절을 잠시 회상하기엔 그건 너무 가벼운 일이 되어 버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