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모두가 알만한 사실 하나를 툭 던져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신속하게 소비되는 루머’ 중 하나인 장국영 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설정했으며, 그것을 미끼로 삼아 일단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솔깃하게 만든다. 그다음 본격적으로 이 시대가 지니고 있는 병폐를 주인공 ‘나’의 경험을 통해서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실체 없는 소문의 기원을 짐작할 수 없는 그곳’에서는 익명성이라는 최고의 무기로 현실에서는 보잘 것 없는 인간도 얼마든지 자존심을 추켜세울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연기만 무성하게 피어오를 뿐 정작 실체는 없는 인터넷의 병폐를 제일 먼저 이야기한다. 그곳만이 ‘나’를 숨쉬게 만드는 곳이다.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으며 무관심뿐인 그곳만이.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는 무력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잘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허락 없이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다’며 철저히 고립화되어 가는 ‘나’에게 이런 저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들의 올가미를 씌웠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아버지의 파산으로 인해서 ‘손써볼 겨를 없이 신용 불량자가 되었으며, 아내를 위한 마음에 이혼을 한다. 신용불량자, 이혼남, 실직자-씌워지게 된 올가미로 하여금 그를 ‘완전한 하나의 개체’로 거듭하여 ‘발 없는 새’로 만들어버렸다.

그뿐인가. 가짜로 꾸며 쓴 라디오 사연에 믿음을 얻어 상품을 탔지만, 그의 실제 경험이 이야기에는 믿음을 주지 않았다. 실제적 사실이 믿음을 얻지 못하는 아이러니컬한 현실. 정작 필요에 의해 원했던 것을 얻으려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팔아가며 보냈던 자신의 실제 이야기가 묵인되었을 때 ‘나’의 실체까지도 묵인되어버릴까 다시는 사연을 보내지 않는다. 장국영의 죽음이 사스 때문에 금방 묵인되었던 것처럼. 실체가 허구의 힘에 밀리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문제들 말고 다른 것은 주인공 ‘나’가 직접 대놓고 세상은 어떻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혹은 ‘나’자신을 마치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한 원근법을 사용하는 독특한 문체가 눈에 띠곤 하는데 이것은 실제 자신의 일을 방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 방관함으로써 지금의 현실을 무시하고픈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작가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을 단편에다 쏟아 붓고 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 난잡하게 벌려놓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인물 이혼녀에 대해서 걸고 넘어가야겠다. 주인공과의 너무나 치밀하고 민첩한 우연성을 가지고 있는 여인 이혼녀. 얄망궂게 구는 이혼녀에게 그가 마지막에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서 던졌던 시답잖은 농담은 아마도 진실이었나 보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50명 남짓한 남자들의 이메일을 수집했으며, 검은 양복에 마스크를 쓴 남자들로 하여금 그녀가 좋아했던 장국영을 위로하려고 했던 계략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그곳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장국영이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혼녀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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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좋아하세요? - 향기로운 영혼의 숨결과도 같은 아름다운 고전음악 이야기
Various Artists 작곡 / MFK(뮤직팩토리코리아)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역시 가격이 싸서 고음질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들으면 음질이 정말 별로더라구요..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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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의 생애는 너무도 짧다. 오늘도 역시 나는 하루살이들의 장례를 치뤄줘야했다. 우선은 여기 저기 방 구석구석 죽어있는 그들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기에.. 내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었다. 요즘은 밤새 그들과의 전쟁을 벌인다. 고작 하루 살고 죽기를 빛을 보면 사죽을 못쓰고 덤벼드는 하루살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나마 내 생이 하루만큼 짧지 않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빛을 향해서 죽을똥 온 힘을 다해서 발악을 한다. 너무나 힘들게 발악한 나머지 다음날 아마도 지쳐서 쓰러져 죽는지도 모른다.  쯧쯧 측은지심..

 수많은 하루살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은 꽤나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상상을 해봐라.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 있는 곳에 있다고.. 끔직하다. 방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그들의 시체를 청소기를 이용해서 빨아들인다. 그런데도 끝나지 않았다면 다음은 걸레를 물에 깨끗히 빨아서 닦아낸다. 하루살이들의 시체가 묻어있는 걸레를 빡빡 깨끗히 빨면 그 물이 하수구를 향해 떠내려간다. 그러면 그들의 귀찮은 장례식은 끝나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장례식은 여름 내내 계속 될 것이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들은 빛의 밝음을 좇는다. 나도 삶의 밝음만을 좇고 싶다. 내 인생에는 늘 빛의 밝음만 있으면...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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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책상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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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읽으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버거운 책이었다. 하지만 닥치는대로 읽기는 했으니 참고 끝까지 읽었다. 그 인내심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 책 한권에서 얻은 것이 꽤 많다. 일단은 풍부한 어위, 생소했던 단어들을 꼼꼼히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다는 점, 두번 쨰는 자아에 대한 물음이다. 결국 이 소설은 자아에 대한 외침이었다. 한 때 내가 그리도 목메이며 따라다녔던 자아. 소설은 '그'와 '나'의 상태로 분리된 두 자아의 시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그 둘은 평행하는 두 개의 철로가 이음새 부분엔서는 합쳐지듯 합치를 이룬다.

 처음에는 그 시점 설정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읽는데 고생했지만 중간 부분쯤 되서 확실히 이해됐다. 박범신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 그의 필체는 약간의 어려움 속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필체를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책에는 철학 사상가들의 말들도 많이 나온다. 쇼펜하우어, 사르트르 등등..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임화의 시의 한 구절이었다.

"나는 슬픈 고향의 한밤 / 홰보다도 밝게 타는 별이 되리라."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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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주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다.

몸도 가뿐해지고, 마음도 가볍고, 머리도 아프지 않다..

무언가를 계속 닦고, 정리해야하는 습관...

닦고 정리를 하다보면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다..

무언가 수사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지금은 떄가 아니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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