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mila >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옛 사람은 책을 빌려주면 항상 돌아오는 것이 더디다고 했다지요. 더디다는 것은 1년이나 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강(史綱)을 빌려드린 지가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또한 벼슬길에 뜻을 끊고 강릉으로 돌아가, 이것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래려 합니다. 감히 여쭙니다.

-허균(許筠)이 빌려간 책의 반납을 촉구하며 정구(鄭逑)에게 보낸 편지

책 읽는 소리 (정민 저) p.41

이상하게 빌려준 책을 돌려받지 못한 기억은 오래도 간다. 난 국민학교 5학년 때 반친구에게 빌려주고 못받은 책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위의 편지를 보면서도 허균이 옹졸하다는 생각보다는 10년이 넘도록 책을 돌려주지 않은 정구가 얄밉다는 생각부터 든다. 혼자 읽다가 슬며시 웃음짓게 만든 편지. 허균은 꽤나 용감한 인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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