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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 저성장 고복지, 쿠바 패러독스의 비밀을 찾다
배진희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결핍을 기꺼이 수용하는 쿠바인들
아직 가보지 않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보곤 한다. “낡고 오래된 악기로 배우는데도 훌륭한 음악가가 정말 많아요.” “현지인을 알고 있지 못하면 비싼 값을 내야해요.” “모든 치료비가 무료라니요.” 몇 안 되는 지인에게 들은 쿠바는 가난, 격차, 교육, 의료 등의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60여 년 전 체 게바라의 모토였던 ‘공평하게 나누자. 차별하지 말자. 누구나 배우자‘는 지금도 유효할까.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1년 정도 쿠바에서 현지인과 생활하며 쿠바의 의료기관, 학교, 사회 복지 시설을 방문하며 혁명 정신의 줄기를 따라간다.
쿠바는 1인당 총 생산이 한국의 3분의 1이 안 되는 나라다. 하지만 교육에 투자하는 국가 재정 비율이 186개국 중 두 번째로, 한국의 3배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직장인이 다니는 평생교육까지 학비는 물론 공책, 필기구도 무료다. 교도소에서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과정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어느 때고 배울 수 있다.
본예산 세출과 비율 항목을 살펴보자. 교육비는 25.%, 의료 및 공업부조 24.4%, 사회보장비 14.6%다. 한 개인의 기본 생활, 교육,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고 있음이 명백하다. 1959년 혁명 이전에는 의료서비스를 부자 계층인 8%만이 이용했다. 혁명 정부는 민간 병원과 제약회사를 모두 국유화한다. 이에 반발하여 250명였던 의과대학교수가 12명만이 남고 6,000명 의사 중 4,000명이 미국으로 떠난다. 쿠바는 꾸준히 의대를 증설하고 라틴 아메리카 의대생들을 무료로 교육시킨 결과, 현재 쿠바에는 종합 진료소, 지역마다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콘술토리오, 7블럭마다 의사가 방문하는 패밀리 닥터 제도가 체계적으로 잡혀있다.
쿠바의 무상진료는 국경선을 넘는다. 재해 지역과 의료 도움이 필요한 세계 어디든지 의료전문인들을 파견한다. 다른 국가와 다르게 쿠바 의료진은 장기간 머물며 재해 피해자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치료하고 예방, 심리적 재원활동, 의료진 양성까지 병행한다. 특히 종교적 이유로 남자 의사에게 치료 받을 수 없는 여성을 치료한다.
소련의 붕괴이후 지속되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쿠바는 어려움을 겪었다. 쿠바는 이를 벗어나고자 해외미션 프로그램으로 전문 인력 파견한 대가로 현금, 석유, 금과 같은 현물을 받고 관광객에게 쿠바인들이 쓰는 화폐 가치의 24배 되는 태환페소를 쓰도록 했다. 교환 가치가 높은 태환페소를 벌기 위해 쿠바인들은 외국인을 만날 직업으로 전직하기도 한다. 의사나 교사가 호텔 청소원, 택시 기사, 식당 종업원으로 겸직하는 일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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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는 자본주의 시장을 계속 해서 넓혀가고 있다. ‘신 외국인 투자법’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 유입이 커지고 소득 격차가 심해질 것이다. 저자는 강력한 조세 정책으로 자양업자의 소득 일부를 사회보장제도로 전환시키는 것은 가능하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보았다.
발달되지 않은 대중교통, 한정된 지역에서의 통신 수단, 비싼 식료품, 수질 오염으로 물을 매번 끓여 먹어야 하는 쿠바. 교육, 의료, 사회보장제도라는 최대의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쿠바인들에게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는 삶은 불편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과연 “쿠바의 경제 개발은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일지 변화하는 쿠바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