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에베레스트 등반은 인생의 축소판

엄홍길 산악인은 19년 동안 히말라야를 38번 도전해 20번 성공하고 18번 실패했다. 그는 “사고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실패를 경험했기에 산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가게 하는 인생의 스승과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라며 여전히 산에 오르는 것이 두렵다 했다. 8천 미터의 희박한 공기 속을 오르는 산악인들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력의 한계치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그들은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일까.

존 크라카우어는 잡지 <아웃사이드>에 에베레스트의 상업화 풍조와 그에 따른 논란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동료 7명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유명한 산악인인 로브 홀이 인솔하는 어드벤처 컨설턴츠 팀에 병리학자 벡 웨데스, 심장 분야 전무가 스튜어트 허친슨, 마취 전문의 존 태스크, 우체국 직원였던 더그 한센, 일본인 여성, 남바 야스코, 홍콩에서 온 출판업자 프랭크 피슈벡, 팀 가이드인 앤디 해리스가 함께한다.

등반의 첫 시작부터 적신호였을까. 저자는 동료들이 히말라야에 오기 전 일의 중압감에 눌려 살았고 지난해에 한두 번이상 등산할 기회를 가져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6주 동안 5364미터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에서 적응생활을 하며 고도를 높혀 정상으로 향했다. 극심한 추위와 빙산 폭포, 가파른 절벽.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는 무리와 하산하는 사람들 기다리는 정체 현상은 등산인들의 산소를 더욱 빼앗아 간다.

저자는 바닥나는 산소통에 겨우 의지하며 정상에 오른다. 하산할 때 역시 긴장감을 유지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해발 8,810미터에서 보조 산소 없이 강풍과 탈진 상태에서 그는 겨우 제 4 캠프에 도달한다. 팀원들 중 다섯은 이미 중도에 포기하였다.

기상악화로 인해 하산 중에 야스코, 로브 홀, 한센등 동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등반 대장이었던 로브 홀은 더그 한센과 1년 전 정상과 아주 가까운 지점에 이르러 하산했었다. 그 아쉬움에 이번엔 돌아와야 할 시간을 어기고 무리하며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하산길에 산소부족과 체력저하로 인해 둘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로브는 “자기는 내려갈 수 있으나 더그를 함께 데려갈 수 없다”며 더그와 함께 산에 남게 된다.

살아 돌아온 저자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책 출간 후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는 생과 사의 현장을 반드시 기록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저산소증과 탈진상태에서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의식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저자는 서술에 신중을 기했다. “등산은 골프나 테니스, 혹은 그의 동료들을 사로잡은 그 밖의 무수한 도락들과는 사뭇 달랐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한 고투를 해야 하고 위험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등산은 어느 평범한 게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등산은 인생 그 자체였다.” 죽음의 수수께끼가 도사리는 등반길에 오르는 이들은 고통, 실패, 선택, 노력, 성공의 ‘인생 축소판’을 몸으로 오롯이 경험해 보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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