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을 통한 수업이든, 구글 미트를 통한 수업이든 서로를 향한 보살필과 챙김,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출석 체크를 더 확실히 하는 방법일뿐이라는 것이 아이들 입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한 것은 학습이 아니라 관계였습니다. 이이들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해진 것, 관계에 대한 결핍 이것이 사실 더 큰 상실이고 더 큰 장기적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만일 우리에게결손된 것이 있다면 관계 맺기, 관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었습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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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는 본인이 재채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크게 혼났는데, 정말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재채기 한 번 했다고 울어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너같이 방역 수칙을 몸에 익히지 못하는아이 때문에 이 감염이 끝나지 않고 계속 새로운 환자가 나오는 거야"라는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의 타박이 너무 야속해서, 마치 자신이 교실 전체를 감염이라도 시킨 것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 P49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장 짜증 나고 당황한이야기는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라는 권면과 압박이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보낸 초기 원격 수업 시간표에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등교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학교에 가는날과 안 가는 날의 법칙이 확립되기까지 일상이 흔들리고 생활을 감당하기가 벅찼다고 합니다. 이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벅찬데, 어떻게 규칙적으로 지내란 말인지. 규칙을 지켜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습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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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랑이란 자기보다 다른 존재들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이해하고 있으며, 달리 사랑을 이해할 방도가 없다. 사랑의 크기는 분수의 크기와 같다. 분자는 남들에 대한 나의 편애나 동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어찌할 도리가없는 것이다. 하지만 분모는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사랑인 바,
내 자신에 의해, 내가 내 동물적 개체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무한히 증감될 수 있다. 사랑과 사랑의 단계들에 대한 이 세상의 판단들은 분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분자만을 고려하여 분수의 크기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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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보고만 있을 때보다 그렸을 때 그 대상을 더 잘 알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들이 보이고, 또 미처 몰랐던 점을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 관심이 있어서 상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체험은 경이롭다.그리면서 그 대상과 더 친밀하게 된다. 애정이 깊어지면서 더 많은 의미를 생산해낸다.혹시 하찮게 여겼던 것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점차 그 시시했던 점들이 사라지고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다가 큰 가치로 다가온다. 이 순간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세상이 넓어지는 일이다. - P137

예술 덕분에 우리는 하나의 세계만을 보는 게 아니라 확장된 세계를만나고, 또 독창적인 예술가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더 많은 다른 세계를갖게 된다. 다른 세계는 페르메이르와 같은 빛의 원천이 세상을 떠난후라도 우리에게 특수한 광채를 보낸다.
(베르고트_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P69

현대의 작가 가운데 특히 빌럼 데 쿠닝 willem de Kaoning(1904-1990)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의 모습을 연작으로 보여줬다. 몸집은 탐욕으로 부풀어 올랐고 찢어진 입 사이로 이빨이 드러나고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쿠닝은 사람의 내면을 드러낸 피카소의 입체주의를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작품은 흉측한 외면으로 일그러진 영혼을 표현했다.
이런 작품들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런 그림을 보고 좋다거나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런 작품을 대하고 역겹고 혐오스러운 거부감이 인다는 것이 긍정 의미를 생산한다. 그것은 관람객에게 적어도 좋음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영혼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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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는 매년 일부 유색인들이 백인으로 승격되곤 했다. 그건 그냥 신화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정부에 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충분히 곧고, 피부가 충분히 하얗고, 억양이 충분히 세련됐다면, 백인으로 재분류될 수 있었다.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오직 자신의 민족을 비난하고, 자신의 역사를 배격하고, 자신보다 피부색이 더 어두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멀리하는 것뿐이었다.
- P175

때로는 흑인이 유색인으로 승격되거나 유색인이 백인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물론 백인이 유색인으로 강등될 수도 있었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혼혈인들이 항상 잠복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에 언제든 자신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백인들을 정부에 동조하게 만들었다. 백인 부모 둘이 아이를 낳으면 정부는 혹시 아이의 피부색이 너무 어둡지 않은지를 조사하고 판단했다.두 부모가 자신들이 백인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아이가 유색인으로 판정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가족은 결정해야 했다. 백인의 지위를 포기하고 유색인으로 살 것인가?아니면 둘로 쪼개져, 엄마가 유색인 아이를 데리고 빈민가에서 거주하고 아빠는 백인 지역에 남아 그들을 보살필 것인가?
- P176

엄마는 모든 걸 재밌게 보려고 했다. 엄마 생각에 유머로 대하면너무 암담하거나 너무 고통스러운 건 없었다. 밝은 면을 보자꾸나."
엄마는 웃으며 절반이 시꺼먼 오디즙으로 뒤덮인 나를 가리켰다. "이제 너는 정말 반은 흑인이고 반은 백인이 됐잖니."
"정말 재미 하나도 없다고요!"
"트레버. 넌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가서 좀 씻어라. 넌 다치지않았어. 마음에 상처는 입었겠지. 그래도 몸은 멀쩡하잖아."
- P182

히틀러라는 이름이 남아공 흑인들에게는 전혀 상처가 아닌 것이, 히틀러는 남아공 흑인들이 상상할수 있는 최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역사를 가장중요하게 여기게 마련이고, 서양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만약 남아공흑인이 과거로 돌아가 단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 명단에는 히틀러보다 세실 로즈(19세기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정치가)의 이름이 앞서게 될 것이다. 만약 콩고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 단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히틀러보다는 벨기에 국왕이었던 레오폴드2세(19세기에 콩고 자유국을 세워 사유화하고 원주민을 대량 학살했다 )가 먼저일 것이다. 미국 원주민이라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나 애드루 잭슨을 고르게 될 것처럼.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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