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는 매년 일부 유색인들이 백인으로 승격되곤 했다. 그건 그냥 신화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정부에 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충분히 곧고, 피부가 충분히 하얗고, 억양이 충분히 세련됐다면, 백인으로 재분류될 수 있었다.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오직 자신의 민족을 비난하고, 자신의 역사를 배격하고, 자신보다 피부색이 더 어두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멀리하는 것뿐이었다. - P175
때로는 흑인이 유색인으로 승격되거나 유색인이 백인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물론 백인이 유색인으로 강등될 수도 있었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혼혈인들이 항상 잠복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에 언제든 자신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백인들을 정부에 동조하게 만들었다. 백인 부모 둘이 아이를 낳으면 정부는 혹시 아이의 피부색이 너무 어둡지 않은지를 조사하고 판단했다.두 부모가 자신들이 백인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아이가 유색인으로 판정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가족은 결정해야 했다. 백인의 지위를 포기하고 유색인으로 살 것인가?아니면 둘로 쪼개져, 엄마가 유색인 아이를 데리고 빈민가에서 거주하고 아빠는 백인 지역에 남아 그들을 보살필 것인가? - P176
엄마는 모든 걸 재밌게 보려고 했다. 엄마 생각에 유머로 대하면너무 암담하거나 너무 고통스러운 건 없었다. 밝은 면을 보자꾸나." 엄마는 웃으며 절반이 시꺼먼 오디즙으로 뒤덮인 나를 가리켰다. "이제 너는 정말 반은 흑인이고 반은 백인이 됐잖니." "정말 재미 하나도 없다고요!" "트레버. 넌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가서 좀 씻어라. 넌 다치지않았어. 마음에 상처는 입었겠지. 그래도 몸은 멀쩡하잖아." - P182
히틀러라는 이름이 남아공 흑인들에게는 전혀 상처가 아닌 것이, 히틀러는 남아공 흑인들이 상상할수 있는 최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역사를 가장중요하게 여기게 마련이고, 서양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만약 남아공흑인이 과거로 돌아가 단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 명단에는 히틀러보다 세실 로즈(19세기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정치가)의 이름이 앞서게 될 것이다. 만약 콩고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 단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히틀러보다는 벨기에 국왕이었던 레오폴드2세(19세기에 콩고 자유국을 세워 사유화하고 원주민을 대량 학살했다 )가 먼저일 것이다. 미국 원주민이라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나 애드루 잭슨을 고르게 될 것처럼.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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