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보고만 있을 때보다 그렸을 때 그 대상을 더 잘 알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들이 보이고, 또 미처 몰랐던 점을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 관심이 있어서 상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체험은 경이롭다.그리면서 그 대상과 더 친밀하게 된다. 애정이 깊어지면서 더 많은 의미를 생산해낸다.혹시 하찮게 여겼던 것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점차 그 시시했던 점들이 사라지고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다가 큰 가치로 다가온다. 이 순간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세상이 넓어지는 일이다. - P137
현대의 작가 가운데 특히 빌럼 데 쿠닝 willem de Kaoning(1904-1990)은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의 모습을 연작으로 보여줬다. 몸집은 탐욕으로 부풀어 올랐고 찢어진 입 사이로 이빨이 드러나고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쿠닝은 사람의 내면을 드러낸 피카소의 입체주의를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작품은 흉측한 외면으로 일그러진 영혼을 표현했다.
이런 작품들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런 그림을 보고 좋다거나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런 작품을 대하고 역겹고 혐오스러운 거부감이 인다는 것이 긍정 의미를 생산한다. 그것은 관람객에게 적어도 좋음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영혼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