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해서는 쇼펜하우어가 그 누구보다 훌륭하고 더 심오하게 썼다고 주장하며, 덧붙여 페트에 관한 우스운 일화를 이야기 하더니 음악을
"영혼의 벙어리 기도"라 불렀다.
"어째서 벙어리입니까?" 술레르지츠키가 물었다.
"말이 없기 때문이지. 소리 안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영혼이있네. 생각은 동전 한 닢 담긴 지갑이지만, 소리는 무엇으로도 안 더렵혀지는 순진무구한 것이라네.

음악가들이란 모두 좀 바보같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야.
재능이 있는 음악가일수록 더 생각이 모자라지.이상하게도 그 사람들 거의가 신앙심이 깊단 말이야.
- P156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느끼고 있다. 그는 개로서의 생의 마지막 날에 다다른 경비견과 같은 처지인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충직하게 자기가 하는 일의 신성함에 대한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으르렁대고 짖어 왔건만 그에 대한 보답이란 고작 발길질뿐, 갑자기 자신이 해 온 일이 별것 아니며 아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무엇을 위해 ‘책임감‘ 이라는 사슬에 묶여, 의무감‘이라는 어두컴컴한 경비 초소에 들어앉아 있었던가? 충직한 늙은 개는 이제 제정신을 잃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 P215

나는 민족주의나 애국주의 또는 그 밖의 병적인 정신적 시각과는 도통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내 눈에는 러시아 인민들이 예를 찾을 수 없으리만치 놀랍도록 슬기롭고 독창적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심지어 바보들조차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어리석고, 게으름뱅이조차 무언가 쓸 만한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러시아 인민들이 그 경이롭고 예측을 불허하는신기한 재능으로 인해, 다시 말해 그들이 가진 곡예 부리듯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예술가에게는 가장 보람된 소재라고 확신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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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마찬가지로 너의 육체가 어떤 나상(裸像)의 자극에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그것이 단순한 신경 계통의 반사 작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예술가가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우리들에게 동적인 정서나 순수히 육체적인 감각을 일깨울 수가 없어. 그 아름다움은 미적 정지 상태를 일깨우거나 일깨워야 하고 혹은 유발하거나 유발해야 하지. 그 상태란 곧 이상적인 연민이나 이상적인 공포로서, 내가 아름다움의 리듬이라고 부르는 바에 의해 환기되고 지속되며 결국 해소되기도 하는 하나의 정지 상태야.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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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가 그의 입술에서 사라졌고, 분명치 않은 부르짖음과  발언되지 않은 야수적 언어가 그의 두뇌를 밀치고 나왔다. 
그의피는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어둡고 더러운 거리를 헤매면서 음침한 골목과 문간들을 기웃거리거나 무슨 소리건 들으려고했다. 좌절한 채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야수처럼 그는 혼자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자기와 동류인 사람과 함께 죄를 짓고 싶었고, 다른 사람에게 함께 죄를 짓자고 강요하고 싶었으며, 죄를지으며 그녀와 함께 희열하고 싶었다.  - P155

그는 다른 모든 것을 부질없고 무관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곤 하던 그 격렬한 마음의 갈망들을 진정시키고자 열렬히 노력했다. 그는 자기가 지옥에 떨어질 큰죄를 저지르고 있다든지 자기의 생활이 둔사와 허위투성이라는 사실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가 심사숙고하고 있던 그 극악무도한 것들을 실현해 보려는 야망적 욕망 곁에서는 아무것도 신성할 수 없었다...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는 외부 세계의 왜곡된 이미지들 사이를 쏘다녔다.낮에는 새치름하고 순진해 보이던 여인의 모습도 밤이 되어 수면세계라는 그 꾸불꾸불한 어둠을 통해 나타날 때는 음란한 간계로 인해 얼굴이 이지러져 있었고 야수적인 환희로 눈은 빛나고 있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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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창조한 상류계급만큼 모두가 교육을 잘 받았을 때 오늘의 예술을 이해하게된다."고 예술의 옹호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앞의 주장보다 더 부당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송가, 시, 극, 목가와 회화 등, 그 시대의 상류계급 사람들을 황홀하게 한 것이 대부분 그 뒤에 대중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평가도 되지 못하며,오로지 그 시대 부유한 사람들의 오락에 불과하여 그들에게만 필요한 것에 불과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 P96

부유한 계급에게는 쾌락이 되지만 노동자에게는 쾌락이 될수 없고, 아무런 감정을 일으키지 않거나 설령 일으킨다고 해도 감정은 빈둥거리며 배불리 먹는 자에게 생기는 감정과는 전혀 반대되는 것이다. 가령 명예, 애국심, 애정과 같은 현대 예술의 중요한 내용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당혹과 경멸 또는 분개만을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노동 계급에게 도시에서처럼 여가 시간에 즐기는 화랑, 공개음악회 및 도서관 같은 것이 현대 예술의꽃이라고 하고,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게 할 가능성이 주어진다고해도 노동자들은 노동자인 한, 즉 게으르고 타락한 사람들 사이에 아직 끼어 있지 않는 한-미묘한 우리의 예술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 대부분은 그의 정신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타락시킬 것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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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기 싫은 일이지만(그는 모자를 다시 썼다), 이렇게 쉰세 살쯤되고 보니, 더 이상 사람들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인생 그자체, 그 모든 순간, 지금 바로 이 순간, 햇볕 속에서 리전트 파크에 있는 순간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과분할 지경이었다. 전 생애도 그 맛을 온전히 끌어내기에는, 이제 그럴 힘을 얻고 보면, 마지막 한 방울의 즐거움, 마지막 한마디의 의미까지 다 끌어내기에는 너무 짧았다. 의미도 즐거움도 이전에 비하면 훨씬 더 순수하고 개인적인 데가 적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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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0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프의 글에 동의할 수 없어요. ^^;; 53세가 넘어도 의미도 즐거움도 이전에 비하면 훨씬 더 순수하고 개인적인 데가 적지않습니다. ㅋ

청공 2020-12-02 22:2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순수하고 개성 넘치는 우리 라로님!
저는 ‘쉰세 살쯤인 남자‘와 ‘지금 바로 이 순간‘을 만끽하는 부분이 좋아서 저 부분을 옮겼나 봅니다.
댈러웨이부인, 읽기 어렵네요ㅠ 문학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