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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ㅣ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평점 :
[사회 서평]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 사람들이 말하는 거대 도시 서울의 변화
아직은 조금 낯선 단어인 젠트리피케이션은 현대 도시 개발의 그늘을 말하고 있다.
위키 백과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도심 부근의 주거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기게 되자 도심의 중산층/상류층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이다. 따라서 빈곤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 지금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특히 예술가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금까지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낯선 개념인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을 서울이라는 매우 다양하면서도 변이적인 도시에 대비하고 있다. 조금은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이러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합의점을 찾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자 한다.
서문에 등장하는 외국인에 비친 서울의 모습에 대한 인상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시하고 있다. 2010년 론리 플래닛이 소개한 서울의 모습은 끔찍하고 반복적인 고속도로와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심각한 대기 오염에 갇힌 도시였다.
사실 사면에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한강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서울의 모습은 매우 이상적인 수도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살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또 이주한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 공동체를 만드는 이주와 개발의 반복적인 변화 속에 점차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는 게 현재 서울의 모습이다.
이러한 원인을 만든 가장 큰 배경은 국가 자본주의에 의한 획일적인 도시개발사업 때문이다. 추가로 자본이 빈약한 정부 입장 때문에 도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투기를 유발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개발에 앞서 장소가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져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돈이라는 문제가 우선이 되면서 도시의 미래 모습은 사라지고 누더기 같은 개발정책으로 답답한 도시 미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서울의 지역들은 짧은 시기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한 다양한 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돈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서촌, 무심과 무시 사이는 걷는 노인들의 고향 종로 3가, 안전지대를 꿈꾸나 무너지고 있는 홍대, 강남 개발의 틈새 상권 가로수길과 사이길, 극명한 분리가 점철된 한남동, 새로운 이주민들의 정착터 구로공단,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창신동, 도시 난민의 새로운 정착지 해방촌 등이 그곳이다.
각기 다양한 이주와 개발, 정착, 와해를 겪고 있는 모습을 읽다 보면 정말 한국이라는 나라는 무모하다 못해 열정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대부분 민간에 의해 주도되는 외국의 도시개발 사례에서 볼 때 이렇게 다양한 도시개발의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공동체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서울은 만들 수 있을까? 저자들은 그러한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모든 것이 비싸고 살기 힘든 곳이 되어 가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벗어나 사람들이 숨을 쉬고 함께 공유할 지역 공동체의 모습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는 모든 도시문화기획자가 꿈꾸는 이상일 것이다. 함께 고민을 공유할 사람들을 찾고자 하는 생각이 이 책의 기획의도라 생각되어진다.
사람들이 숨을 쉬고 사는 서울이 되기 위한 고민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