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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평점 :
[사회
서평] 메트로 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이란 도시의 담벼락에 새겨진 권력과 자본, 그리고
욕망들
본인도 서울 출생이지만 서울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많은 것을 몰랐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서울의 야사를 보면서 적어도 인간 냄새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꿈은 가능한지 질문을 던져본다.
대담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울의 역사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일단 저자는 메트로폴리스의 개념을 서울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위성도시를 가지고 있으며 중심체의 역할을 하는 도시가 메트로폴리스라고 할 때 위성도시의 개념이 약한 서울의 입지와 주변과
유기적인 연결이 적다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이론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서울의 그림을 그려주고 있어 그냥 사실만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몰려든 권력과 자본, 그리고 사람들의 역관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도저히 수습 불가능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삶과 인생을 담아 낼 그릇이라는 점에서 애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집의 문제를 자본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본인의 시각이다.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가 사람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많은 이견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문제를 추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우리가 살고 인생을 나누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저자는 먼저 동사무소의 역사를 끄집어낸다.
동(洞)이라는 글자에 물수변이 있는 이유는 물을 함께 쓰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 조상들의 우물 공동체가 동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치적인 것으로 운영되었던 것이
근대에 들어와 일본의 정이라는 제도가 들어오면서 행정명으로 구체화된다. 콜레라의 창궐과 관련하여 국가 방제 정책을 반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자치 조직 형태가 국가관리보다 비용 면으로 절감이 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일제는 동(그당시는 정)자치를 인정하게 된다.다.
이렇게 지역의 재산을 지키려는 일제하 동자치의 시작은 일제 말 극심한 군대 동원 치하에서 수탈의 제도로 악용되는 결과도 나타난다. 해방 후
동자치는 배급의 문제와 더불어 운영된다. 미군 원조를 제일선에서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된 동자치는 관권선거용으로 악용되는 결과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국가의 지방 통치술에 의거한 것이라 사실 완전한 지방자치는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더욱이 전화, 팩스 등 통신의
발달로 인해 인적 관리의 의미로 시작된 동의 존재가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도 주민자치라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대도시의 가장 큰 이슈인 그린벨트와
경부고속도로의 관계이다.
제목만 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많은 애환이
있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 온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찬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건설비용이 없어 외국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일본에서만 약간의 원조를 받았을 뿐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체비지 매각이다.
도시계획으로 지역을 재구성하면서 지목변경을 통해 지주들의 이익을 올려주는 동시에 땅을 무상으로 수용하여 그것을 판 자금으로 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만드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만든 체비지 매각이 잘 되지 않자 매각을 수월하기 위해 당시 부동산 수요가 많았던 지역을 서울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그린벨트로 묶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지역이 당시 가장 공장이 많던 소사, 광명, 안양
등이었다. 하루아침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그린벨트법에 의해 재산이 묶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논과 밭에 불과했던 땅이 도시로 편입되면서 엄청난
부자가 만들어지는 촌극이 벌어졌지만 국가개발계획이라는 명분 앞에 아무도 말은 못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야 그린벨트로
인해 그나마 도시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말도 하지만 시작은 환경보호와는 전혀 상관없는 개발 목표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건설부 장관과 서울시장의 힘겨루기 때문에 만들어진
서울특별시라는 명칭, 한국의 초기 건설사들이 서울의 개발과 관련하여 어떻게 자본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권력 행사와 그 밑에
가려진 흑막의 내용 등 서울의 개발 야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야사는 개발시대에 만들어진 어쩔 수 없는 명암이라 말할 수도 있고 성장통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진정한 메트로폴리스라는 도시에 걸맞은 성숙된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성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삶의 공간을 거래의 개념으로 바꾸거나 사람이 사는 개념으로의 주택이
아니라 상품의 개념으로 바뀌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를 우리는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진정 사람이 사는 곳, 사람이 함께 하는 마을로의 이미지를
가지면서 다른 도시의 어머니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는 서울을 꿈꾸어보며 이 책을 읽는 소감을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