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이트 - 애플과 구글, 전쟁의 내막과 혁명의 청사진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김고명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IT서평] 도그파이트 - 플랫폼 전쟁의 서막과 숨펴진 이야기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애플과 구글이 벌이는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하는 개싸움과 같은 플랫폼 전쟁의 시작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히고 있다. 혁명의 청사진이라는 거창한 말을 써붙이기는 했지만 이 싸움은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하는-승자에게는 잔치일테지만 패자에게는 밀림의 잔인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는 처절한 전쟁인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잔인함에 비추어 저자는 책제목을 독그파이트라고 붙였을 것이다. 

 

처음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구현하려고 하는 이야기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성들은 지금 와서 보면 에피소드에 가까운 일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스티브잡스가 아이튠스를 통해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시도하려 했다는 혁명적인 발상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집착했던 아이폰의 모든 구상들이 사실 독창적인 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한다면 그는 선구자라기보다는 독재자에 가까운 이미지가 맞을 것이다. 

이에 비해 안드로이드 진영이 처음부터 구현하려고 했던 오픈소스에 의한 새로운 생태계는 진정으로 혁명적인 발상이지만 그것이 구체화되기까지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안드로이드를 처음 만들었떤 루빈은 처음 가장 큰 핸드폰업체인 삼성과 합작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10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가 그런 능력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던 삼성은 이러한 놀라운 생태계의 출현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었다. 그에 비해 구굴의 페이지는 이전 마이크로소프트와 겪었던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모바일에서 벌어질 것을 생각하였으며, 자신들의 새로운 먹거리도 당연히 모바일에서 만들어질 것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결심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구글이 이전에 인수했던 다른 벤처기업과 달리 안드로이드에 특별한 대우와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처음 구글과 애플의 관계는 스티브잡스와 에릭슈미트의 관계처럼 매우 둔독하였다. 오즉했으면 자신들의 새로운 발명품이 아이폰의 시제품을 당당하게 슈미트에게 보여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그들의 관계는 오래 갈 수가 없다는 것을 정작 생태계를 꿈꿨던 잡스만이 모르고 있던 것이다.

아이폰의 등장과 더불어 구글이 HTC와 손잡고 새로운 G폰을 개발하고 나서야 잡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구글과의 전면전은 항상 피해왔던 것이다. 핸드폰제조업체들과의 전쟁을 통해 생태계를 지키려는 싸움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애플도 구글의 검색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작용한 것이다. 아이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구글의 검색과 구글지도 활용이었기 때문이다.

하튼 이렇게 시작한 애플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싸움은 전반전을 지나 후반전, 연장전을 향하는 분위기이다. 특허전쟁에서 애플진영이 조금은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전체 생태계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책은 조심스레 안드로이드 진영의 승리를 말하고 있다. 사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기기에 적응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조금은 성가시기는 해도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나, 다양한 오픈소스의 활용,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소토아 정책 등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개발자들이 손을 들어주는 진영의 승리가 더 확실해지는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물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새로운 전쟁의 기운마져 돌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혁신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애플의 독재가 사라졌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안 나와있지만 유럽에서는 구글의 독점이 매우 중요한 IT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아니 오히려 열심히 뛰면 뛸수록 더 차이가 나게 되어 있는 것이 플랫폼의 법칙이다. 결국 그 안에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이책을 읽는 이유는 현대 산업의 가장 중요한 전쟁에 대한 야사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니다. 과연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에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플래폼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T산업계 스스로가 방향을 잡고 큰 안목을 세워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잘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들의 영역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맞기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도그파이트의 승자가 누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희망이 있을까 하는 자조감이 드는 현실 때문이다. 이책을 정리하면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보도되고 있다. 프리미엄폰의 부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처음 안드로이드의 제안을 스스로 차버린 기가 막힌 안목이 바로 이러한 어닝쇼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반복된다. 오늘 이러한 논거를 통해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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