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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인문 서평]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감정의 주인이 될 것인가? 감정의 노예가 될 것인가?
이 책은 스피노자가 말한 인간의 48가지 감정에 대해 들여다보기를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모든 것이 자연과 하나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던 스피노자는 감정이라는 것이 일시적이고 스쳐지나가는 것이이 아니고 인간의 생각의 근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있는 그래도 들여다 볼 것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48가지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스피노자는 독특하게 이 48가지의 감정을 땅, 물, 불, 바람의 영역으로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왜 그가 이렇게 나누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목표하고 있는 방향과는 다른 이야기일 것 이라 생각되어 그럴 것이라 여겨진다. 이 네가지 속성에 대해 말한 철학자는 고대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이다. 그는 이 4가지 원소가 사랑과 미움의 두 힘에 의해 분리되고 결합하면서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된다고 말하고 있다. 스피노자는 바로 이러한 엠페도클레스의 생각을 인간의 감정이라는 속성에 대비했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해보게 되었다.
땅으로 시작해 물과 불, 바람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갈래들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감정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게 정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땅을 상징하는 감정-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등등은 물의 감정-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등등은 구체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불을 상징하는 감정-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등등에서 확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바람을 상징하는 감정-후회, 글림, 치욕, 겁, 확신, 희망 등등에서 잔유물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순환을 들여다보면 결코 이러한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덩어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감정덩어리인 인간의 모습을 스프노자는 발견을 했던 것이며, 오늘 강신주는 다시 그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신주는 이책의 제목을 감정수업이라 말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덮어두려 하지말고, 또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왜곡시키려 하지말고 그 감정 자체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스피노자가 말했던 선과 악의 세계라는 판단 기준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인 좋고 나쁨의 감정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책에 있는 48가지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은 진짜 자기 속에 있는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을 잘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가 2월 3일 그가 출연한 SBS의 힐링캠프에서 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이용한 장사꾼이라는 평가에서부터 그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평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은 이 책이나 TV출연을 통해 그가 장사를 잘 하고 있다면 그러한 면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감정의 아픔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은 이미 각종 사회적 지표로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쳐다보는 것에 익숙치 않다. 이것을 유교문화의 유산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한다면 중세문화인 유교문화가 근대로 넘어오면서 일반적인 나라가 겪는 인간의 발견이라고 하는 르네상스의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우리는 이 시기를 일제강점기와 동족전쟁이라는 아픔을 겪었고 그것이 끝나기 무섭게 현대화로 급격하게 넘어 왔기 때문이다. 마치 몸은 성숙되어 있지만 감정은 어린 아이 같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강신주의 역할은 이러한 미성숙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 다양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왔고 이 짧은 책에 48가지의 감정의 모습 들여다 보기를 모두 시도하려고 하다보니 너무 간략하게 정리되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감정에 대한 근원을 근원적인 입장에서 파악하려다보니 그동안 내가 사회통념상으로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 부분도 많았다. 비루함을 노예의식이라고 표현한다던지, 대담함을 용사가 되려는 욕망이라고 표현하는 것, 욕망은 모든 감정의 동반자, 음주욕은 과거로 가고 싶은 발버둥이라고 표현하는 것 등은 그 자체만 깊숙히 파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표현이기도 했다.
사실 몇 이해안되는 감정들도 있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좀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조롱을 냉소와 연민 사이의 감정이라는 표현이나 공손을 무서운 타자 앞에서의 친절이라고 하는 것 등은 더 생각해보고 싶은 감정들이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48가지의 감정 중 어느 하나를 버릴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근원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바라다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바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의 허물이 무엇인지를 알 때 우리는 그 허물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기에... 오늘 저자는 그러한 자신 들여다보기를 공부하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