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만들기
아니트라 넬슨 & 프란스 티머만 엮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화폐 경제]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 새로운 사회를 바라보는 대안적 시도에 대한 서언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말하면서도 아직 대안을 못 찾고 있다.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종말은 물론 공산주의의 편향도 화폐를 인정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교환가치를 중시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상품물신주의는 결국 인간의 소외를 조장한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화폐는 소외된 인간의 능력이다라고 한 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사회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시장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공생사회를 만들지 못하고 화폐와 상업적 관계를 지속시켰기 때문이다라고 본다. 자본주의의 문제인 노동분업을 거부하고 상호부조의 사회를 만들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시공산주의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시도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자율적이지도 못하고 노동에 맞추어야 하는 사회주의의 모델 만들기에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주의의 성공은 화폐가 아닌 노동에 초점을 맞출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저자들의 관점이다. 노동이라는 자기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증식하는 모델이 진정한 사회주의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주의는 화폐를 배제하고 현물로 계산된 적절한 분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이라트의 말을 인용하여 시장 없는 사회와 스스로 조정을 해결하는 자기조직화의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에너지와 식량 등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문제들을 이러한 방식으로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동분업의 사회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여 사고하고 이러한 사회는 파괴적인 자본의 순환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은 환경파괴는 물론 경제도 한계에 이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저자들은 선물경제(gift economy)를 주장한다. 사회와 자연의 비화폐적 순환을 전제한 이 모델은 지속가능생산을 유지한다. 자연이 인간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경제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이행에 대해 이들은 하이브리드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시한다. 기존의 자본주의의 거부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맞혀진 모델이지만 새로운 변화를 내포한 전략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전제되는 것이 화폐를 없애는 것이다. 화폐가 잉여를 만듦으로써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화폐가 없어지면 사용을 전제한 생산만을 만들게 됨으로써 상품이 죽게 되고 자연과 공존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자주관리가 중요한데 노동자의 참여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인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구현, 비판적 그룹의 구성을 통한 건강한 비판 유지, 힘 있는 민주적 여론을 만들어 낼 것, 공동체의 자아발견이 가능한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모습의 맹아를 볼 수 있는 사례를 투윈오코스 공동체와 스페인의 스쿼터 활동을 들고 있다.

투윈오코스 공동체는 노동크레디트시스템을 적용한다. 그들은 노동을 하는 것을 쿼터를 채운다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쿼터를 채우면 미래의 여가를 확보하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모든 사업의 기획과 관리는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며, 조직운영을 원활하게 하려는 서포터의 역할로 규정한다. 스페인의 스쿼터는 비합법적으로 땅을 점유하는 운동을 말한다. 그들의 생활방식은 생태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차지한 거주지를 임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철저한 생물경제를 지행하며 모든 행동의 결정에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율성에 근거한 생태적 삶을 지향하고 있다.

이제 지구적 감축과 수렴전략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지역에 기반하면서도 계약과 거래에 의존하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협약과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새로운 대안사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번역문이 어려워 읽는데 좀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그 단물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 그 달콤함에서 빠져나올 용기가 없는 것이다. 점점 자신의 몸이 녹아 내리는 과자거인처럼 우리들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공허한 구호가 이니라 실질적인 해법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메시지가 아직 힘을 얻은 것은 아니다. 아니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의 양쪽에서도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 이 중 어느 하나의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이 문제는 실천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머리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강한 결단과 그것을 유지할 지속적인 공동체,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이런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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