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인간 -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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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채무자를 만들어 내는 사회에 대한 철학 에세이 [부채인간]

 

 

우리는 '자본'이라는 신에게 빚을 지고 태어난다.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부채경제에 통합시키고 있는 지를 여실히 밝혀주는 책이다.

 

 

 

이책은 부채가 사회기반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본주의 신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이다. 

유럽의 예를 들면서 공공부채의 증가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생각해본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한 현금확보가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공채라는 환상을 통해 금융시장에 의존하게되고 이것이 결국 정부의 부채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도 이러한 경제에 통합되는데 특히 카드라는 것을 통해 소비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부채경제로 자신도 모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경제를 부채경제로 바꿔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소득과 자본은 다르게 작용하는데 우리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부채경제의 악랄함이 우리를 점점 더 구렁텅이로 밀어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의 순환을 만들어야 하는 금융경제가 아닌 채권과 채무라는 관계로 형성되는 부채경제의 차이는 권력관계의 표시 차이이다. 금융경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평등하게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절대 평등하지 않으며 채권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부채경제의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채경제가 심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사회보험메카니즘의 민영화, 사회정책의 개인화, 사회안전성망의 기업화를 추구한다. 그들은 공공성보다는 자본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용도라는 것은 무엇인가? 신용도는 부채경제가 어느 대상에게 부채를 빌려주기 앞서 그 사람의 미래적 능력을 담보로 하여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사람의 미래까지 부채경제가 확보하는 것이다. 고리대금없에 대해 많은 사회학자들이 미래시간을 빼앗는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부채경제의 위험성 때문이다. 미래 위험을 대상화하여 그 사람이 스스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 신용도인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때 많은 중산층들이 위기를 가졌던 것은 이러한 미래적 담보를 금융기관에 다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공공성이 마치 개인의 잘못인양 취급되는 현실이 부채경제의 가장 큰 문제이다. 

신자유주의가 세계경제를 제편하는 방법은 IMF와 신용평가기관 등을 통해서이다. 신용평가기관이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한 등급만 내려도 그 나라의 이자지출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이다. 올해 유럽의 위기를 통해 그 이전과 이후의 경제적 상황 자체가 바뀐 것을 별로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용등급을 몇 단계 낮추었지만 세계의 모든 나라가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공공재여야 할 금융이 자본의 힘에 의해 사유화가 되면서 자본의 커다른 권력에 의해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모습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막강한 부채권력을 통해 새로운 통치시스템을 강요한다. 각국에 노동통제시스템을 변화할 것과 사회안전망이나 사회보험을 재편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가장 큰 논리는 작은 정부를 만들라는 것이다. 힘이 없는 작은 정부를 통해 보다 쉽게 각국의 정책을 통제하고 자본의 축적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권력의 핵심인 부채경제인 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요즘 많은 지자체가 고민을 하고 있는 민자투자사업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민자사업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맥쿼리의 자본이 철저하게 금융투자회사라는 것과 그 회사의 투자방식이 상환대출방식이라는 것은 정말 이책의 요지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신장과 자본의 자유화를 통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왔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엄청난 바벨탑의 거대한 자본가를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내일은 어떻게 돈을 갚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수레바퀴의 삶의 모습이다. 

미국에서도 굶주리고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점차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왜곡의 현상을 극복하고 불균형을 해소할 올바른 대안을 고민해볼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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