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로다 화연일세 세트 - 전3권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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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지성 다산, 추사, 초의, 그리고 소치가 빚어내는 예술과 사랑이야기 [꿈이로다 화연일세]를 읽고



스승 추사가 압록강 남쪽에 그를 따를 자가 없다고 말한 소치 허련, 그가 자신의 인생을 몽연(夢緣)이라고 표현한 것은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살랐던 그의 철저함에서 나온 것이리라!


요즘 나의 관심을 잡아두고 있는 다산을 비롯한 조선 후기의 명절을 만나볼 수 있는 너무 멋진 책이라 아마도 두고 두고 읽어볼 것이라는 생가이 들게 한 책이다. 저자가 문화일보에 기고하면서 2년 간의 연재를 통해 다듬어진 이책은 원고지 6,000매의 책이다. 사실 처음 권당 400쪽의 세밀한 활자로 잘 편집된 세권의 두꺼움이 나를 긴장하게 하였다. 소설은 금방 읽는 편이라서 겁없이 시작했던 독서의 시작은 책을 읽으면서 더 긴장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쉬운 문체이지만 화자의 감정과 순간 순간 스쳐가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들이 다양한 느낌을 양산하면서 쉽게 진도를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산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사실 추사와 초이의 이야기가 큰 주제를 담당하는 인물이기에 조금은 아쉬운 면은 있었다. 하지만 추사가 명문대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훌륭한 교육적 환경에서 자란 후 대과에 나가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모함에 의해 유배를 떠나면서 점차 사람의 문제를 접근하는 반면, 소치는 진도의 촌놈으로 태어나(물론 임해군의 안사람인 허씨 문중의 유배양반이라는 것은 언급을 하지만) 초의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된 연으로 인해 추사에게 사사를 받게 되고 이후 왕 앞에까지 나가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 다소 드라마틱하게 묘사를 해가는 장면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예술의 혼 앞에서 합일되는 정신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인간의 정신을 밝히겠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결국 합일의 정신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18세기에 이르러 좋은 스승들을 마지막으로 그런 학풍의 대를 끊기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계급성의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지만 양반이었던 추사와 평민이었던 소치가 예술의 문제로 어우러지면서 진정한 대가를 발견해가는 모습은 이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격이 없이 대가들과 함께 어울리던 초의를 통해 추사의 제자가 되면서 자신의 숨어있는 재능을 완성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대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예술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교만하지 않고 상대방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지금의 시대에 작은 재주를 가지고 자신이 최고라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은 소치가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자신의 스승인 초의와 추사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진정한 대가는 함께 자신의 예술혼을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에서 소치와 함께 사랑의 열정을 불살랐던 여인 은분의 이야기는 다소 담백할 수 있는 책의 느낌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소 시간에 쫓겨 읽은 감이 있어 여유를 가지고 다시 들쳐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평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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