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명인열전 1
박행달.구본갑 지음 / 앤터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지리산 올레길에 숨어사는 그들의 이야기 [지리산 명인열전 1]


태고의 신비가 감도는 산 지리산은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고향같은 곳이다. 기암괴석이 널려 있는 그곳은 마치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인양 우리를 부르곤 한다. 이러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책이다.


이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100여명이 되기 때문에 그 모든 사람을 거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러한 글을 읽을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것은 어느 생태학자의 이야기이다.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산하를 돌아다니면서 말하는 것이 한국은 매우 작은 나라이지만 그 골짜기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 이야기의 길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말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이말의 내용은 우리의 산하에 담고 있는 그 깊은 이야기가 그렇게 만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이야기의 집성집 중의 하나가 지리산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호랑이 이야기일 것이다. 예로부터 깊은 산에 반드시 있는 호랑이의 전설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존재인 동시에 경외의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에서도 연관이 된다. 아버지는 만주개척민이셨는데 그곳의 수호신 역시 호랑이였다. 그런데 산중에서 호랑이와 마주쳤을 때 호랑이가 사람을 한바퀴 돌아 지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오른 쪽으로 돌았을 때와 왼 쪽으로 돌았을 때 다른 결과가 생긴다고 한다. 오른 쪽으로 돌면 그 사람을 가만 놔두고 지나가지만-다만 그 사람이 놀라서 도망치지 않을 경우지만- 왼 쪽으로 돌아가면 그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지리산에 호랑이가 있다 없다하는 논쟁이 있는 거 보면 우리들의 가슴에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호랑이 자체의 두려움보다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 인간의 원초적 입장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리산에 마음을 두고 사는 것은 이러한 원초적인 마음을 찾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지리산의 사람들은 그들이 꼭 특별하지 않아도 명인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지리산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식당주인이나 부적을 그리는 서양화가, 전통주를 만드는 명인, 지리산의 정기를 담고 자라는 산양삼을 키우는 농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새로운 명약을 만드는 일에 평생을 바친 인산 김일훈님의 유지를 받들고 사는 그의 며느리, 일필휘지로 명판의 글을 써가는 스님, 풍수전문가, 장애우 시인과 대금 연주의 달인 등등,,,. 




이책을 읽는 재미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 너머에 있는 원초적 고향을 찾는데 있다. 우리들이 자연을 찾는 여행과 함께 그곳의 신비를 느끼려 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추방해버린 마음의 고향을 다시금 찾으려는 무의식적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 태고적 신비가 낭아 있는 지리산을 찾는 즐거움이 특별한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들의 원시적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기 ??문이다. 

항상 지리산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곳을 떠나기 싫다는 것이지만 현대적 삶에 맡겨버린 삶의 수레바퀴때문에 다시금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이다. 그런 아쉬움을 못내 져버리고 다시금 도시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나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서울촌놈이라는 생각뿐이다. 사실 지리산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특별함때문이리기 보다는 이러한 서울촌놈의 자리를 벗어난 그들의 용기때문이리라. 이러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도 나는 새롭게 자연의 원초적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하루가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