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처세하는 법 - 한비자(법, 술로 세상을 논하다)를 읽고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이 판치고 치열한 생존경재의 시대였다. 우리 시대도 직접 폭력의 모습은 없지만 치열한 생존현실이라는건 부인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한비자는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진리를 밝혀주고있다.
한비자의 사상은 법(法)과 술(術)로 요약되는데 법은 공식적이 정치의 방법이며 술은 법을 구체화할 수 있는 각종 방법이다. 따라서 법과 술을 딱 분리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정치적 실현에 있어 양면의 조화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비는 술을 왕이 신하를 다루는 방법이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조직사회를 통해 바라본다면 결국 조직을 이끄는 리더 활용술이 될 것이다.
그러면 한비의 신하조종술은 무엇인가? 그는 신하를 대하는 방법 칠술(七術)과 임금이 경계해야할 육미(六迷)를 말한다. 먼저 칠술은 신하의 말을 반드시 사실과 확인해보라. 둘, 법을 어기면 반드시 엄벌에 취하라. 셋 공로가 있는자에게는 상을 주라. 넷, 자기 말에 책임을 지게하라. 다섯, 속임수를 써 다른 생각을 하지못하게 하라. 여섯, 모르는 척 시험해보라. 일곱, 상대를 시험하여 의도를 알아내라는 것이다.
칠술을 통해 한비자의 이야기가 권모술수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의 양대산맥 노자를 대표로 하는 도가와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의 양면성은 도가의 이념과 법가의 실천력이 조화롭게 운영된다면 국가의 부강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임금이 조심해야 할 육미(1. 권세를 신하에게 빌려주는 것, 2. 외세를 이용하는 것, 3. 신하의 술책을 이용하는 것, 4. 신하가 끼어드는 것, 5. 신하들간의 내분, 6. 적의 계략으로 신하를 임면하는 것)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비자의 목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국가의 부국강병이다. 이로써 그의 술의 목표도 확연해지는 것이다. 그가 단순히 권모술수를 정리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국가를 완성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공자의 인의 정치라는 사상과 맞물려 동양정치의 중심이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 내면의 이기적인 마음을 극복하고 나라의 해를 없애 부국강병의 원칙을 말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시대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한비자가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시대의 이기주의에 대해 어떤 일침을 가할지 감히 상상이 어렵다. 더 큰 목표를 위해 다가설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갈 방법에 대해 한비자는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