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남아있는 근대성의 근원을 생각해본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을 읽고


이 책은 근대에 형성된 사회이념들의 근원들을 파악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 근대 사법제도의 형성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라는 아픔이 담겨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광고, 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교통이라는 중요한 측면의 근대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까지 흐르고 있는 근대의식을 생각해보려하는 것이다.


먼저 광고라는 측면은 재미있는 것이 처음에는 고백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말에서 지금도 가게 앞에 주인백이라고 써붙인 것이 유래된 것이다. 광고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시장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제 하에서 조선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조선신사명감'이라는 명부광고를 통해 지배계급을 파악하려는 조선총독부의 의도를 보여준다던지, 학도병광고 등을 통해 일제하의 광고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다양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욕망의 시장이라는 것을 여는 시발점이다. 

이 시대 시작된 음악의 모습 중 가장 큰 것은 트롯트이다. 이 음악의 원조가 어디냐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우리의 음악과는 다르기에 외부에서 들어 온 것이며, 일본의 엔카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음악만을 듣고 자랐던 1930년대 사람들을 중심으로 트롯트가 유행했다는 사실이 증명해주는 것이다. 트롯트 음악의 가사를 통해 나타나는 신파조의 애수나 일제의 아픔, 전쟁, 분단, 해방 등은 우리 시대의 아픈 역사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판사-검사-변호인이라는 균형이 맞아야 하는 사법권이 일본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치안효과를 가지려는 일제의 의도에 의해 판사가 할 일을 검사가 하고, 검사가 할 일을 경찰이 하게되었고 이것이 경찰사법권지배라는 기형적 모습을 가져온다. 이러한 기형은 아직까지 우리 사법현실에 완전히 사라지고 있지않다. 

당시 99% 유죄판결이라는 현상은 조선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일제의 모습이라 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당연히 변호인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 현실이 1990년대 가능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사법개혁이 더디게 가는 지 알려주는 숫자이다. 그것은 일제의 검사를 지낸 이호가 전두환정권의 국보위 의장을 한다던지, 부장판사를 지냈던 조진만이 해방이후 대법원장이 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이다.

자신의 많은 재산을 가지고 많은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노블리스오블리제가 있었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암울한 시대이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일본을 섬기는 국민양성이라는 일본제국주의의 의도라던지 한국의 각종 물자를 착취하기 위해 건설된 철도의 모습에서 자주적이지 못한 근대화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철도부설권을 일본에 주는 것을 반대한 명성왕후를 시해한 사건이나 철도를 건설하면서 각 지역의 자원을 수탈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빼았기 위해 건설되는 철도를 자신의 힘과 자신의 힘으로 건설하는 아픔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파악하면서 문화를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의식을 담고 있기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성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면서 자신의 것을 잊어버리는 아픔을 가졌던 시간인 일제 아픔의 시간을 우리는 왜 다시 기억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새로 받아들였는지를 파악하여 잘못된 것은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시작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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