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쓸모 보통날의 그림책 7
최아영 지음 / 책읽는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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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의 쓸모를 생각하는 순간은 행복하고 즐거울 때가 아니라, 외롭고 쓸쓸하며 힘든 순간일 것입니다. 화려한 장식에 둘러싸여 있던 화병에 어느 날 작은 흠집이 생깁니다. 그 작은 흠집으로 인해 화병은 하루아침에 길가에 버려지고, 한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베란다의 화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방 안에서 주목받던 시절과는 달리, 퀴퀴한 흙냄새와 벌레들,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들로 어수선한 베란다에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전자, 와인잔, 항아리로 살던 새로운 화분들이 각자의 쓸모를 찾으며 살아가는 베란다에서, 화병도 자신만의 쓸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표지에 보이는 화병의 표정부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당혹, 놀람, 좌절, 속상함, 기대, 기쁨…


할머니의 베란다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화분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권정생의 <강아지똥>이 가치없음과 하찮음이라는 편견 속에서 생명과 쓸모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나의 쓸모>는 도심 속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자신의 쓸모를 찾아 증명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한때의 빛남과 화려함을 지나 새로운 쓸모를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입니다. 화병의 쓸모는 결국 무언가 담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쓸모의 무게를 나누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겉보기에만 화려한 장식품을 담았던 화려한 과거보다는  생명을 담아내는 지금의 화병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깨어지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자신의 쓸모가 아닐까요. 


당신의 쓸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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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 밥상 사계절 그림책
지영우 지음 / 사계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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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고 점점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는, 할머니가 차려주셨던 밥상이 그립다. 요즘 아이들도 고봉밥을 알까? 어쩌면 우리 세대가 고봉밥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밥그릇에 가득 넘치도록 담아주던 고봉밥. 오래전에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도 그랬다. 고봉밥으로 한 그릇 가득 담아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내 앞으로 자꾸만 옮기셨다.


찰랑찰랑 달 한 그릇 떠서
소복소복 꽃으로 밥 짓고
치르르 치르르 달로 전을 부치고...
살살, 아기 어르듯이 살살
톡톡, 아기 엉덩이 두드리듯이 톡톡
한 그릇 가득 담아낸 고봉밥.

따뜻한 밥. 하얀 쌀밥 가득 고봉밥으로 차려진 밥상을 받아본 어른들은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고, , 아이들에게는 그 추억이 새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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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이명애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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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의 규칙은 간단하다. 공으로 상대 팀의 몸을 맞혀 아웃시키는 것. 표지부터 커다란 피구공을 잡은 아이의 눈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하다. 휘슬이 울리고 공격이 시작된다. 제일먼저 맨 앞에 섰던 아이가 아웃이되고 그 다음은 달리가 느린 아이. 그 다음은 눈이 나빠 안경을 쓴 아이. 그리고 겁이 많은 아이와 전학와서 서먹한 아이가 차례로 공에 맞는다. 

 제일 먼저 공격의 대상이 된 아이는 소외된 아이들부터였다. 약한 아이, 소심한 아이, 나와 친하지 않은 아이. 내 주변을 돌아보거나 한눈을 팔면 바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편견과 공격의 양상이 피구 게임 안에 모두 드러난다. 편을 가르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편의 누군가 공격을 당하거나 상대편을 공격해야 하는 현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공을 건네받은 바로 그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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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외톨이 그림책이 참 좋아 36
신민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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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가지 아래  검은 생머리 여자아이가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안녕, 외톨이"


한여름 공포영화가 떠오르는 장면인데 아이가 별로 무서워보이지 않는다.


큰 눈망울 때문인가보다.


어린 시절 귀신이야기의 끝은 이런 이야기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


"너는 아직도 내가 네 친구로 보이니?"


"너는 아직도 내가 엄마로 보이니?"


불신의 시대. 친구도 엄마도 믿지 못할 세상을 반영한 이야기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렸다.


그림책을 한 번 휘리릭 읽고 다시 살펴보느라 작가소개를 보니 이런 글이 있다.


"어릴 적, 이런저런 일들로 가슴이 무거워질 때면 늘 나만 보는 일기장에 고자질을 하곤 했어요


그러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지요. 진짜 친구를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된다고 믿어요. 그게 무엇이건 간에....."


나만 아는 내 친구.


버드나무 아래 만난 아이는 진짜 사람이었을까? 귀신이었을까?


집에 가기 싫어서....학교 가기 싫어서.... 버드나무 아래 나온 아이들.


마음 기댈 수 있는 무언가 하나쯤 아이들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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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토를 찾습니다 상상문고 21
임소영 지음, 불키드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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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배려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교실에서 마니토 활동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하지만 교직 경력이 조금 늘어나면서 선생님들이 꿈꾸는 마니토 활동과 실제 교실에서 만나는 모습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이 기대하는 마니토는 친한 친구와 내가 짝이 되는 것 또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 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몰래 편지를 주고 작은 선물을 나누면서  내 짝이 설레하는 모습, 기대하는 모습, 누군지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니토 활동이 끝나는 날 자신을 공개하는 그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과 다른 활동을 해 보았던 선생님들은 마니토 활동을 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서로 불편한 관계의 아이들이 짝이 되었을 때, 쪽지와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절대적 양과 질의 불균형.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 아니라 어떤 아이들에게는 불편함과 실망의 경험만 주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 

 이 책은 마니토 활동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갈등에서 출발한다.  친해지고 싶고 내 마니토가 되었으면 했던 아이가 아니라 저 아이는 아이었으면 했던 강토와 마니토가 된 소미. 그것도 속상한데 내 마니토는 도대체 누구인지 단 하나의 선물도 받지 못하고 하루 하루가 가고 있다. 결국 소미는  마니토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캐러멜을 선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마니토 발표가 곧 다가온다는 것이다. 소미의 마니토는 소미가 한 거짓말을 알고 있을텐데 이 거짓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선물을 받지 못한 강토의 외침과 기다림은 어떻게 결론을 맺을지 .. 

마니토 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아이들과 온 책 읽기로 함께해도 좋겠다. 함께 읽으며  선물을 기다리는 강토의 마음. 친한 친구와 마니토를 하고 싶고 마니토 활동을 통해 멀어진 친구와 다시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소미의 마음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바라는 마니토 활동의 진정한 모습. 그 화해와 이해의 과정. 이런 마니토 활동이라면 교실에서 또 해 보고 싶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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