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알을 품고 싶어 했던 잎싹, 족제비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암탉의 이야기를 읽던 아이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 내동댕이 치던 장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진만이 은아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녀가 “힘있는 엄마. 할머니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강한 엄마”라고 말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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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탕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3
민지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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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해진 애착 인형을 빨고 헹구고 건조하는 시간을 이별의 순간으로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빨래의 과정을 애착 인형의 입장에서 '목욕'으로 바꿔준다. 행위의 주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표현은 바뀐다. 빨래와 목욕 사이. 작가의 따뜻한 마음은 몽글몽글 세탁 거품탕, 따끈따끈 헹굼탕, 보송보송 건조 바람까지 진짜 목욕탕처럼 세탁이 진행되는 과정을 재미있고 꼭 필요한 경험으로 담아낸다. 아이들의 목욕 시간을 즐겁고 유쾌한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들이 거품놀이를 하고 목욕 장난감을 넣어주는 것처럼, 작가는 애착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인형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빨래탕 속 인형들의 모습을 보여 주며 "우리도 인형들처럼 빨래탕에 다녀오자"며 목욕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줄 수 있겠다. 애착 인형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우리 집 인형들도 빨래탕에 다녀올 때가 되었다"며 설득할 수 있겠다.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작가가 파스텔톤 색감으로 담아낸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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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처음 만나는 사회 + 과학 3학년~4학년 세트 - 전4권 처음 만나는 교과서 시리즈
권보라.배성호.이민성 지음, 홍윤표 그림, 유자학교 과학수업 연구 모임 기획 / 철수와영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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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과서는 워크북 형태로 제작되고 있어서 교과서조차 긴 글을 읽으며 맥락을 살피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편이다. <처음 만나는…> 시리즈의 책들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증거를 말할 수 있나요? 옛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선택 앞에서 약해질까요?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소리와 소음은 뭐가 달라요? 달에도 바다가 있다고요? 북극성이 없는 곳에선 어떻게 방향을 찾을까요? 초등학교 3·4학년 사회, 과학 교육과정의 내용을 조금은 긴 호흡으로 읽어 가며, 궁금한 점을 떠올리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담아냈다. 중요한 단어를 강조하고,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단어를 골라 설명한다. 특히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궁금증을 중심으로, 교실에서 실천한 수업 사례도 함께 담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 사실 자신의 삶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글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구성된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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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광주 연작 3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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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광주에 간 적이 있었다. 처음 목적지는 담양이었다. 가사문학 답사여행을 갔던 시절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베스트셀러로 회자되던 시기였다. 식영정과 소쇄원을 거쳐 송강 정철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이었다. 광주는 그냥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 곳이었다. 지금의 국립 5·18 민주묘지가 아니라 망월동 묘역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곳에서 가장 눈을 뗄 수 없던 것은 이름 없는 이들의 묘비였다.

  『두 아이』는 광주에서 희생된 열한 살 전재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마을 선산에서 놀던 중 총격에 놀라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열한 살 소년과, 스페인 내전 중 게르니카에서 독일 나치군의 폭격으로 죽임을 당한 동갑내기 아이가 천국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두 아이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시선으로 죽임을 당한 순간을 되돌아보며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게 된다. 

 추악한 자본가는 자신의 극우적 사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뻔뻔한 추종자들은 인증샷을 통해 혐오와 왜곡된 역사관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뻔뻔함은 기업의 마케팅실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다. 역사를 지우고 싶은 자들은 언제나 일상의 언어와 소비의 형식을 빌려 그 욕망을 드러낸다. 이야기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못하게 만들고, 기억해야 할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망월동 묘역에서 마주쳤던 이름 없는 묘비들의 이름을 되찾아 주는 일도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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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상위 1%를 만드는 위대한 고전 맛보기 : 과학·철학·종교 똑똑교양 14
양화당 지음, 김잔디 그림, 이준기 추천 / 책읽는곰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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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살아남은 책. 수많은 책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이 정도는 읽어봐야지"라는 작은 부채감을 안겨주는 책들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제목, 알고 보니 이 책에서 나온 말이었구나 싶은 문장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고전 맛보기』는 제목처럼 과학·철학·종교 분야의 고전을 가볍게 맛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흥미로운 만화와 쉬운 언어로 풀어내며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의 문턱을 낮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선이다. 과학 고전 편에서는 갈릴레이의 망원경이 허블을 거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다윈의 진화론이 오늘날 유전자 분석 기술로 증명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철학 고전 편에서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AI 윤리와 연결하고, 공리주의를 현대의 감시 사회와 맞닿아 설명한다. 종교 고전 편에서는 바가바드 기타, 법화경, 성경, 쿠란, 논어를 나란히 놓으며 각 종교의 핵심 가르침을 비교해 살핀다.

숏폼과 릴스의 시대,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힌다. 그 흐름 속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공통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이며,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문화적 상상력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시작하기에 꽤 괜찮은 첫 걸음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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