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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기억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최경식.오소리.홍지혜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평점 :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세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남영동 대공분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얽혀 그려낸 이야기
당시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고문과 취조를 목적으로 한 처참한 건축물. 지금은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된 곳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세 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건축물이 가진 기억을 따라 갑니다.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했던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이 지금은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되었습니다.
책을 손에 들고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표지에 그려진 벽돌의 질감이었습니다. 짙은 회색의 벽돌과 군데 군데 핏빛으로 물든 벽돌의 거친 질감. 표지를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고문 희생자의 두 손에 남겨진 그 방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덧.
책 장을 펼치면 ‘건축물의 기억 깊이 읽기’라는 작은 팜플렛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 어떤 건물이고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밝히고 실제 건축물의 사진을 함께 보여줍니다. 하지만 건축가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에게 향하는 분노에 멈추는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 이름도 역시 기억했으면 합니다.
건축가. 김수근
남산 자유센터(현 한국자유총연맹), 중앙정보부 정동분실(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여박물관,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건축가.
굉음을 내며 기계장치로만 움직이는 육중한 철문, 빙빙 돌며 오르는 동안 방향감을 상실하게 하는 나선형 계단, 비좁게 만든 5층 창문, 기이하게 작은 욕조.
취조와 고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
그림책 속 가해자들의 혼잣말을 어쩌면 건축가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뿐이야'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거야'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한거야'
우리는 아이들과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 뿐 아니라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함께 읽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