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의 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학의 시 1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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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를 읽은 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감수성이 소녀에서 벗어난 순간부터인지, 한 때는 옆구리에 끼고 살았을 만화는 우리 집 책장에서도 볼 수 없다. 그래서 만화가 주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었다. 짧은 글 하나가 주는 웃음도, 눈물도, 깨달음도, 감동도 다 잊어버렸었다. 하지만, 짧은 4컷 만화의 연속에 불과한 <자학의 시>를 읽고 다시, 만화의 세계에 푹 빠지고 싶어졌다.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는 듯 하면서도 이어진다. 그녀의 인생은 한 마디로, 힘겹다. 어릴 때는 술과 도박과 여자에 빠져 집에도 도통 관심이 없는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살았다. 친구와 한창 웃고 떠들고 즐길 나이에 신문 배달을 했고, 조화를 만들었고,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러니 제대로 된 친구 한 명을 만나지 못했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사랑 역시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한 그녀는, 언제나 사랑에 목마르다. 그녀가 선택하지 못한 그녀의 환경은 그녀를 절망의 길로 이끌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희망이란 없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는 그는,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그녀만의 세상에 따뜻함과 빛을 가져다 줄 듯 하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세상에 다시 없을 듯한 주인공인 유키에, 그녀의 캐릭터로 인해 <자학의 시>는 아주 특별한 책이 되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를 주구장창 외치던 캔디가 떠오르기도 하고, 한 남자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은 해바라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힘든 삶에 지치더라도 그가 보여주는 표정 하나와 그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삶의 의미를 찾는 그녀. 혼자 벌어온 생활비를 도박으로 탕진하는 남자와 함께 사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건네지 않는 무뚝뚝한 남자와 함께 사는 그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이해하지 못할 인생인 듯 하지만, 외로운 인생을 살아온 그녀에게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현실은 '행복' 그 자체인 것이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신만의 사람을 가져보지 못해서, 평생동안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삶이다. 공교롭게도 내 처지가 그러할 때 읽은 <자학의 시>는 내 마음에 쏙 들어왔고, 괴롭게 살아가는 유키에의 삶이 안타깝기 보다는, 온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이 부럽기까지 했다. 이 책은 사실, 고통스러운 <자학의 시>가 아니라, 유키에가 쓰는, 사람과 인생에 대한 <사랑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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