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터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 사피엔스21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판타지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얼마전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을 읽고 생각이 바뀐 찰나 <미드나이터스>를 접하게 되었다. 세 권으로 출판된 방대한 분량에(사실 판형이 좀 작아서 그닥 방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기대감부터 갖고 시작한 책이었다.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으면,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려고 무려 세 권짜리의 책을 펴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흡입력은 상당히 좋다. 어쨌든 이야기가 길다고 느끼기 보다 '언제 1권, 2권이 끝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것은 남들과는 다르게, 하루를 25시간으로 살고 있는 다섯 명의 미드나이터들이 벌이는 '완벽하지 못한' 사건들 때문일 것이다. 보는 자인 렉스, 마인드 캐스터 멜리사, 나는 자인 조너선, 수학천재 데스, 불꽃을 일으키는 자 제시카까지.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위대하고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들이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질투심, 미움, 외로움,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주고 받는, 빅스비 유일의 미드나이터들은 항상 작전을 세우지만 단 한 번도 계획대로 성공한 일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의 우리와 다른 영웅이라는 느낌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내 주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인물들 때문에 이 이야기는 흥겹고, 해결되지 못할 변수를 안고 있기에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내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시절, 나만의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기를 바라던 시절, 가족과의 화목보다 친구와의 멋진 관계와 사랑하는 사람을 꿈꾸던 시절이 <미드나이터스> 안에 다 들어있다. 주인공들의 들뜸과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런 마음으로 그 시절을 보냈으니까.  

 <미드나이터스>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의 식상함, 그 소재를 세 권씩이나 되는 원고지 안에 채우려니 반복되는 사건이 많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은 중심이 조금 바뀌거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변이되지만, 그래도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우리의 영웅들은 진화하지 못하고(나름의 진화는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주지는 못한다) 같은 무기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사건만 조금씩 바뀌는 미드(매 회마다 매력없이 반복되는 플롯을 가진 미드 말이다)의 한 시즌을 보는 느낌을 준다. 나보다 조금은 어린 사람들이 <미드나이터스>를 읽는다면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이미 걸출한 판타지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받는 느낌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피터팬같은 이야기를 읽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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