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에 책이 있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문집은 참 오랜만이다. 산문집을 선택하는 경우 대부분은 글쓴이를 따지게 되는데, 난 연극에 문외한인지라 <시냇물에 책이 있다>를 쓴 연극평론가 안치운에 대래 전혀 모른다. 그래서 좀더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크게 '살며, 여행하며, 공부하고'라는 세 가지 주제로 엮어진 글들은 글쓴이의 인생관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살며'라는 주제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자전거 예찬론이라든지, 음악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자신의 동네에 새로 생긴 '살아있던' 술집 이야기도 있지만, 특히 자연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그가 보는 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산에서 야영을 하게 되면 산과 하늘이 구별되는 하늘금이 순간 사라질 때를 보게 된다. 이 순간 우리 자신은 자연 속에 물들어 간다. 추위와 침묵과 산의 높이가 하나가 된다. (p.40)

 '여행하며'는 말 그대로 글쓴이가 이집트, 멕시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곳을 다니며 느낀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 사이에 난 길, 중세 순례자의 길 등 여행하며 다닌 아름다운 길에 대한 생각, 예찬, 비유로 가득하다.  

 '공부하고'에서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연극, 음악, 춤, 사진 등)와 관련된 책을 소개해주는 차원을 넘어 깊이있는 해석까지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공부하고'에 실린 글 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에 실린 글에서도 (아마 글쓴이의 의도겠지만) 책 한 권씩이 등장한다. 물론 '공부하고'라는 주제에서처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고 제목이나 내용의 일부를 언급하는데 그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덕분에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왠지 안치운이라는 사람의 '독서일기'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더구나 세 가지의 주제에 대한 글쓴이의 해석은 그럴 듯 하나 크게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하나의 제목을 가진 짧은 글 안에 또다시 소제목을 붙였기 때문에 '파리 산문'과 같은 글은 한 편의 글이 70페이지를 넘는다. 왠만한 단편소설 못지 않은 분량이다. '파리'에 있을 당시를 떠올리며 쓴 글이므로 사색의 흐름대로 글이 전개되고 있어 '여행하며'라는 주제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시냇물에 책이 있다>는 여행기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단순한 산문집이라고 하기엔 이야기가 꽤 다양하다. 나같은 편식주의자인 독자에게는 하나의 주제를 가진 글로 묶은 책이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