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상처받은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만수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보살피다, 도박에 빠진 형이 남긴 빚에서 벗어나고자 병원으로 도망쳤다. 그는 돈을 무한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행복한 남자다. 물론,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볼 수 있지만. 만수의 곁에는 수경이 있다. 수경은 병원에서 일하는 수간호사로, 동료의사와 사랑에 빠졌었지만 힘들 때 버림받아 상처를 입은 여자다. 거기다 말기암 환자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병원비가 밀려있고 카드 빚 때문에 항상 쫓기는 마음인, 그래서 만수 곁으로 도피한다. 만수는 병원비를 척척 만들어주며 수경을 위로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곳은 바로 '정신병원'이다. 자신의 상상대로 현실이 바뀌는 곳, 자신의 생각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래서 그 곳에서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으려 한다.  

 현빈과 이보영. 그리고 <소름>의 감독 윤종찬이 만났다. <나는 행복합니다>란 아름다운 제목을 가진 영화지만, 사실은 어둡고 암울하고 힘든 영화라고 한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현빈과 이보영의 잘생기고 예쁜 모습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다.  

 

 파엘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각색한 두 편의 동명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혹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베로니카(혹은 토와)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베로니카는 정신 요양원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복용한 약물로 인해 7일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   

 그 7일동안 정신 요양원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상처를 안고 있어 내면 속으로 깊이 침잠해버린 사람들, 사회의 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정신 요양원에서의 생활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현실에 부딪쳐 싸워서 이기지 않았지만, 그녀와 그 곳의 사람들은 '영혼의 안식처'를 찾은 셈이다.  

 공포영화에서 비명을 질러대던 사라 미셀 겔러 대신,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고요한 모습의 그녀가 보고 싶다면 미국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요즘 활동이 뜸한 이완이 일본 배우들과 어떤 호흡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일본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볼 것. 다만 일본판에서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리라는 기대감은 버려야 할 듯하다. 

 

 영군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싸이보그라 생각한다. 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주변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참을 수 없어서가 아닐까. 어쨌든 그녀는 주변의 인물들과 달리,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밥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일순은 자신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는 남자다. 이들의 사랑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환상적인 정신병원에서 진행되는데,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귀엽고 순수해 보인다. 현실의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두 사람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닌자 어쌔신>으로 돌아온 정지훈군의 풋풋한 모습과, <전우치>로 개봉을 앞둔 언제나 어린 임수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색다른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