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은 '작가'이다. 그 다음이 내용, 그리고 평점 정도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콜롬비아의 낯선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작품은 선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순위에 놓여있다. 거기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봤다면, 띠지를 벗겼을 때의 표지가 상당히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졌을 것이다. 또한 '광기'라는 주제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역시 기대를 갖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진 단 하나의 기대는 '마르케스'의 추천사 정도였다.   

  "작가는 기자 특유의 취재력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애절한 멜로드라마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지 않고 고고함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하다. 문학적 유머감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나는 마르케스만큼의 안목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이 글에서 문학적 유머감각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읽는 즐거움은 발견했다. 이 글은 특이하게도, 대화와 서술을 구분해주는 그 어떤 표지도 쓰이지 않는다. 따옴표도, 문단을 나누어 문장을 구분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엔 괴롭다. 어디까지가 대화이고 어디까지가 서술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챕터가 온전한 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술자가 번갈아가며 달라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내게 되자,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처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등장하는 아우구스티나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하는 <광기>는 아우구스티나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히 말하자면 동거 중인 남자) 아길라르, 아우구스티나의 옛 남자친구이자 큰오빠의 친구인 미다스, 아우구스티나의 이모이자 그들의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인 소피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물론 아우구스티나가 가끔씩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올 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 이유를 알아내려 하고. 그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길라르가 아우구스티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일기를 발견하여 엮어가는 과거,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아우구스티나가 방황하던 시절을 함께 했던 미다스의 과거, 아우구스티나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소피의 과거가 모두 합해져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힌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읽기가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마르케스를 위시하여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낯설음은 존재하지만, 충분히 몽환적이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이름도 다른 작품을 위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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