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토탈 케옵스>는 사랑과 복수,라는 거대한 두 줄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사건이 진행되는 작품이다. 여러 민족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좀더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마르세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복수를 그린 내용이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온 우정과 사랑, 친구의 죽음과 사랑할 뻔한 여자의 죽음으로 뒤쫓기 시작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은 복수를 달성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시키면 왠지 이 소설을 폄하하는 것 같지만(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  

 아르테 출판사의 '느와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답게, <토탈 케옵스>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범죄가 연달아 벌어지는데 딱히 한 장르로 묶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남자 주인공인 파비오 몬탈레는 사건의 중심에서 밀려난 경찰관으로, 한 여자에 정착하지 않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남자다. 인생을 결정지은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의 죽음을 파헤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실행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을 시작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추진하며, 자신보다 힘센 적에게 얻어맞기도 하는, 부족한 면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토탈 케옵스>를 읽으며 하드보일드 소설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터질 때는 확실히 터져주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으면서도 진정성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덕분에 간결한 문체로 메마른 느낌을 주는 서술방식이 이어진다. 객관적인 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지고, 전적으로 주인공인 파비오의 시선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마르세유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마르세유를 의미하는 책의 소제목들(잠을 자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곳, 징그러운 세상의 하찮고 하찮은 일에 부대껴야 하는 곳 등) 역시 객관적이기 보다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인상적이다.  

 <토탈 케옵스>란 단어는 마르세유의 랩 그룹 IAM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신조어라고 한다. '대혼란'이라는 뜻의. 파비오가 뛰어든 사건의 복잡한 구도 속에서 '토탈 케옵스'라는 말이 인용되는데, 사건의 성격을(혹은 마르세유라는 공간의 상징성을) 잘 나타내주는 단어라 생각된다. 랩 그룹 IAM 뿐만 아니라, 챕터별로 여러 곡의 노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파비오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를 표현한다든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때 노래의 느낌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인 파비오의 취향이라든지, 성격을 알려주는 것으로는 손색이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음악들을 잘 모르는 독자인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기획 CD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옮긴이의 말로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2편의 이야기가 더 남았다. 주인공만 같을 뿐이지 내용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조바심을 느끼지 않아 좋다. 전형적인 것 같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주인공이라 어떤 사건을 들고 나타날지 조금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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