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1주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느날, 라디오를 들으면서부터였다. 희열님의 <라디오천국>에서 통통 튀는 목소리의 조안과 웃음이 넘치는 세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라디오를 듣다 말고 영화를 검색해 봤더랬다. <헬로우 마이러브>.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계속 사랑하는데_ 남자의 사랑은 변했다. 남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문득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이 떠올랐는데, 영화도 이와 비슷한 느낌일 듯하다. 그 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동성애적인 측면(충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보다 '사랑'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영화(여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기다린 자신을 배신했다는 점이다)라 하니 말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므로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가 없는 영화 <헬로우 마이러브>. 무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조안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하고 시나리오가 상당히 좋다고 하지만, 역시 김아론이라는 감독은 우리에게 낯설고, 조안을 뺀 두 명의 남자배우는 민석과 류상욱이라는,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신인이라 망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명한 배우가 나와서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보느니 <헬로우 마이러브>와 같은 잘 만든 작품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문학작품의 제목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는 역시 원작이 있단다. 옌볜의 고등학교 교사 두 사람이 쓴 글을 각색한 것인데, 그 때문인지 옌볜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 학생들의 삶이 잘 녹아있다고 한다. 더구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제 옌볜(혹은 훈춘)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사실성을 더욱 높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전에 <우리 학교>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도외시하고 있던 세계에서, 나와 같은 피를 나눈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푸른 강은 흘러라>가 <우리 학교>와 같은 진정성을 가진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누군가를 한번쯤은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는 될 것이다.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표방하고 나왔지만, 그 아이들의 희망과 순수와 대비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영화 <오구>를 연출했던 강미자 감독이 만들었고, 남자주인공은 실제 옌볜 쪽 학생이라고 한다.  

 

 

 

 

 

 

 

 씨네 21을 읽다가 문득, 이 영화, <벨라>가 보고 싶어졌다.  

 "몇 차례의 지각을 이유로 식당에서 해고 당하게 된 니나에게, 그 식당의 주방장이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축구선수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지닌 호세가 말을 건넨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벨라>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명절 때 더욱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고독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가을에,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   

 <호우시절>은 단지 허진호 감독의 영화라는 것으로 선택. 나는 사실 <봄날은 간다> 이후의 허진호 감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외출>은 배용준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는데, 그에게 이제 배우로서의 힘은 없다고 보는(계속 욘사마 이미지만 떠오르고 왠지 교주님 같달까;;) 편이라-. <행복>은 불편해서였다. <봄날은 간다>처럼 공감되는 불편함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때문이었다.  

 <호우시절>은 정우성이 오랜만에 부드러운 남자로 돌아왔기도 하고, 이전 작품과는 달리 허진호 감독의 그 '불편함'이 덜하다고 하고, 고원원이라는 배우의 미소가 참 아름답기도 하고. 한 번쯤은 보고, 슬쩍 웃고 싶다.    

 

 그리고, 이범수의 코미디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이 있다. 잘나가는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실종된다는 큰 줄거리 안에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질 모양인데, 케이블  TV에서 주구장창 방송해주는 예고편 외의 이야기(실제로 예고편 외의 이야기가 있다면)가 궁금하다면 주목해보자.  

 이범수는 이제 대박 날 때도 됐는데, 항상 작품 선택이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도 왠지,, 김민선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 아쉽고, 강석범 감독도 <홍반장>과 <해바라기>같은 완전 별로였던 작품을 만든 분이라 기대감이 하락해서 아쉽다.  

하지만, 기대없이 보면 재미날지도! 맘껏 웃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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