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읽은 책 중에 최고는 단연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호러소설이라고 꼽았던 <검은 집>은 그저그랬고, 본격추리였던 <유리망치>는 정말 감흥이 없었고, 심리적인 묘사가 압권이었던 <푸른 불꽃>이 그나마 좋았고, <천사의 속삭임>은 정말 최고였던! 내게는 그런 기시 유스케였다. 출간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분권이라는 이유로 내게서 외면받고 있었고, 솔직히 지나치게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스러움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름신이 강림하며 여러 리뷰들을 읽고 읽다가 마침내 집어들게 된! (중고샵에서 발견하고 지르려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일 수도 있다ㅎ)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초반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나갔고, 나중에는 완전히 몰입하여 잠도 안 자고 읽었다. 아아, 읽고 읽고 또 읽고 싶다.  

그래서, 시작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책 몇권을 급하게 구입했고, 13번째 인격은 그냥 딱 봐도 스토리가 뻔할 듯 하여 읽지 않으려 했는데 구입해버렸다.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하고 읽은 세 작품.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렸던 작품^^ 결과적으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준 것은 <항설백물어>밖에 없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요괴담이 현대판으로 절묘하게 해석되는 것을 읽으며 얼마나 즐거웠던지! 다음 작품이 얼른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그냥 무조건 소장가치 100%!(라고 하면 과장이 심하려나..?)   

 

 

 

   

 사실 이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은, 내 방 책장 한 칸을 메우고 있는 것이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백귀야행>만 빠졌는데, 표지가 너무 무섭기도 하고, 내용 자체도 그럴 것 같아서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앞으로도 구입은 안 할 듯 ㅠ )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그 동안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난 여러 리뷰어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별로라고 했던 <팔묘촌>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왠만해선 그의 작품에 실망하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분위기의 스토리!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ㅠ  

 <신주쿠상어>는 하드보일드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으나, 왠지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왜, 엄청난 위험에서도 꿋꿋이 혼자 이겨내고 결국은 악당을 퇴치하는 주인공말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엄청 어린 여자친구가 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인공이 단순히 경찰조직에서 따돌림받아 혼자 행동한다는 점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시선은 흡입력을 떨어뜨렸다.  

 

  

  

 

 

 

 

      

 <신세계에서>를 읽고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급관심이 생겨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고른 책이 <전설없는 땅>이다. 예전에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얘기를 듣고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본인 작가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집필한 작품이라길래 거부감이 들어서 사지 않았었다. <전설없는 땅>이 알고보니 작가가 같더라. 이 작품 역시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쓰여진 작품으로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흡입력은 좋아서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악인들이라,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악인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제시해주거나 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냥 처음부터 무조건 악인이라;; 결말도 마음이 아파서,, 여러모로 좀.. 그랬던 작품이다.  

 

 

 

 

 

 

 

 <핑거스미스>는 그렇게 재미있더니, <벨벳 애무하기>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노골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주인공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역시 내게는 미스터리를 결합한 <핑거스미스>가 훨씬 낫더라.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처음 접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으로, 한참 평전에 빠져 있을 때(안네 프랑크, 케네디, 마르크스,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등을 같은 시기에 마구 질러댔었다;;) <메리 스튜어트>와 같이 구입한 책이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옛날 만화인 <베르사유의 장미>로 접한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다지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초반은 사건의 나열식이라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생생한 심리묘사에 몰입해서 읽었다. <정신의 탐험가들>과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주문.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출간당시에는 관심이 없다가, 씨네 21의 기사를 보고 덜컥 구입. 범인이 등장하고 트릭이 깨지느냐 마느냐의 술술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실망할 작품. 솔직히 여자주인공이 굉장히 건방진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다. 여러 독자들이 지적하듯이 동기의 문제도 걸리긴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보내기엔 좋은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2>는 본격추리이기도 하고, 중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 읽었는데 의외로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매 작품마다 등장인물 이름이 어찌나 비슷하던지, 그 외에도 트릭이 비슷한 작품도 있었다.  

 <별의 계승자>는 <신세계에서>를 읽고 SF에 급 호감이 생겨서 덜컥 구입해서 읽었는데, 집중이 안되고 왜 어렵다고 느낀 건지;; 머리가 굳어가고 있다ㅠ  

 <본즈: 죽은 자의 증언>은 역시 신간 때 구입했다가 구간이 되어서 읽었는데, 미드로 한 번 볼까, 생각이 들만큼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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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8-3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을때마다 저랑 취향이 참 비슷하셔서 놀라요. 기시 유스케 작품에 대한 멘트는 특히나 싱크로 100%에요. 그 아래도 쭉- 비슷.

지난번에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추천해드렸는지 긴가민가 한데, 아직 SF가 땡기신다면, 이 작품도 강추합니다. 하인라인의 작품들도 재미나요. 전 SF 책은 많이 사는 편이긴 한데, 딱 재미없는 것과 재미있는 것의 호오가 무척 분명하게 갈려요. <별의 계승자>는 아마 전자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미도리의 책장은 저도 관심은 가는데, 많이 못 읽어봤어요. <은폐수사> 는 독특하니 그럭저럭 재미났고, 지금 <죽음의 샘> 읽고 있는데, 그닥 좋아하는 스타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기가막히다고 해서 억지로 읽고 있따죠. ㅎ

그린네 2009-09-01 02:3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하이드님 페이퍼 읽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기쁘네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전혀 몰랐었는데 강추라니, 바로 장바구니로 들어가요- 지난번 추천해주셨던 <나폴레옹광>도 사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흣.

<죽음의 샘>은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이드님 평가를 기다렸다가 사야겠네요! 여러모로 제게는 지름신과 같은 존재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