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캐롤 오츠를 처음 만났다. 일본 추리소설에 홀릭하게 되고 난 후에 순수문학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희미해져만 갔는데, 간간히 읽는 순수문학 작품들에 경이감을 느끼게 된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꽤-아니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 나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면 그 다음 작품에서 실망하게 될 까봐 걱정이긴 한데, <사토장이의 딸>은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레베카라는 여인이 헤이젤이 되어 살아가는 인생이라니.. 나는 예전부터 여성의 인생에 관심이 많았다. 행복하지 못한 여성의 인생에.
가슴이 먹먹하다- 나아지면, <멀베이니 가족>을 읽기 시작해야지.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 오래 기다린 작품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읽고 하라 료의 팬이 된 내게 <내가 죽인 소녀>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나 할까.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와자키의 매력은 더욱 빛난다. 전혀 웃을 분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혼자 키득키득 웃게 되는 대목이 몇 개나 있었고, 가슴을 부여잡고 윽,윽 거리게 되는 장면도 몇 군데 있었다. 이것이 하라 료의 매력이고, 몇 작품 되지 않는 그의 작품을 계속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나는 결국, 하라 료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을, 주문하고 말았다. 그리고 읽기도 전에 그 다음 작품이 또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다.
시마다 소지는 내가 일본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점성술 살인사건>외에는 딱히 재미있는 작품이 없고(<용와정 살인사건>은 솔직히, 재미있게 읽은 편이지만) 흥미롭게 여겼던 미타라이라는 탐정 역시 기이한 캐릭터로 변모 중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번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역시 기대는 컸으나, 지나치게 트릭에 신경써서 캐릭터는 죽어있는 그런 작품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이런 트릭을 어떤 사람이 예상할 수 있단 말인지. 아니면, 다들 예상하는데 나는 정말 바보인건가. 아,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더 좋은 작품은 번역되지 않는 건가?
<홍루몽 살인사건>은 정말 오랫동안 묵혀 두었다가 신간이 구간되고 난 뒤에 읽고 말았다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여 책을 안 사려고 자제하다가, 요즘은 그냥 신간을 사고 빨리 신간을 읽는다는. 흣) 인물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어찌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지 누가누구인지 분별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정신차리고 읽기 시작하니 술술 넘어가기도 하고, 마지막에 아하,하게 되지만 슬픈. 그런 작품이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상당히 좋아하는 시리즈로 매년 거의 한 편씩 출간되고 있다. 출간된 작품을 다 읽고, 탐정 긴다이치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혼징 살인사건>은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출간되었길래 낼름 읽어버렸다. 첫 작품이라 긴다이치의 과거도 잠깐 등장하는데, 마약중독자라는 이력도 있더라. 흠.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시리즈라 <혼징 살인사건> 역시 재미있었다. 잔인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모리무라 세이치는 <고층의 사각지대>로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대단한 발견이라고나 할까.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알리바이 증명으로 나중에는 두통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정말 책장이 빨리 넘어가고 손에서 놓기가 싫을 정도- <야성의 증명>을 사놓았는데 기대되어서 아껴두는 중이다. <인간의 증명>은 일드로 접한 작품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일단 패스. 왜 다른 작품은 안 나오는 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처음 읽은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요즘 스릴러는 읽지 않으려고 하는 중인데, 어찌나 평점이 좋은지 혹,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난 원래 재판을 치르는 영화를 좋아해서 법정이 등장하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소설 쪽은 존 그리샴으로 인해 약간은 식상해서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 이 작품은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가 아니라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돈을 밝히는 변호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대단해서 책장을 조금 넘기고 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론은 늘 정의의 승리지만,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기에 결과 역시 짜릿하다.
<편집된 죽음>은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어서 그랬을 수도, 아니면, 범인의 시점으로 전개되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난 범인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소설은 싫어하는 편이라-. 하지만 좀더 일찍 읽었다면 감탄했을 지도 모른다. 확실히 탄탄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어렵다. 두 책의 공통점은 그러하다. <만엔원년의 풋볼>은 그래도 읽어가는 속도감이 있고, 그 내용또한 숙지할 만하나, <한밤이여 안녕>은 내용조차 파악이 어려웠다. 아, 사놓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이러하다면 읽기가 곤란하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