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 25년 현직교사가 실천한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 아이들 마음에 일으킨 변화와 성장의 기록
이화자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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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으면 아이의 마음 그릇이 자란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 독서 교육이다. 집 안을 책으로 채우고, 아이들의 책모임을 운영하며, 수시로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인 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엄마 책모임도 꾸준히 운영한다.  '공부를 잘 하게 하려고','위인들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니까', '좋은 직업 가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이렇게 애를 쓰는게 결코  아니다. 나는 내 아이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렇게 ​큰 방향성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는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뭔가 늘 막연하고,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를 읽으면서 꽤 근사하게 나의 독서 교육 목표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인성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하고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24쪽)​

  저자는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마음 교육이며,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들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기대어 나의 독서교육 목표를 정리를 해보자면, '아이의 마음 그릇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져온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받는 기분이 들어 반가운 생각이 든다.


   마침 큰 아이가 4학년이 되고나서,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던 차라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긴 책, 더 깊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정말 초등학생들이 고전을 읽을 수 있을까, 어떤 책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이런 내게 고전 읽기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저자는 책의 1장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고전읽기의 힘이 무엇인지 자세히 논하고 있다.

     고전 문학은 인간의 마음과 갈등에 대해 살펴보게 하고, 철학 고전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진실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 주어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있듯이, 위대한 고전을 탕생시킨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는 출발점은 고전이다.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인물들의 글에 접속하는 순간 그가 지닌 위대한 생각이 아이를 물들인다. (41쪽)


     아이들은 고전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까지 이루어지는 고민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꼭 알맞은 행동 양식을 발견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건강한 소통을 이룰 수 있게 된다.(71쪽)

아이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려면 내면의 힘, 즉 인성이 중요하다. 고전읽기는 아이가 스스로 깨치며 내면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멘토다. 그러니 머뭇거리지 말고 용기를 내어 고전읽기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2장에서는 저자가  2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고전읽기를 실천하면서 관찰한 아이들의 변화를 정리했다. 산만하던 아이가 집중력 있게 책을 읽게 됐고, 아이들이 욕을 쓰는 일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저자는 " 고전의 명성 탓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이 가진 커다란 의미에 주목해 보길 바란다."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육을 통한 변화는 한순간에 확, 엄청나게 크고 멋지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교사로서 애정을 갖고 아이들 내면을 세심히 바라보았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는 아이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알아채려고 노력했을 거고, 발견했을 때는 엄청난 감동을 느끼며 아이를 격려했을거다. 아이 내면의 작은 울림들이 오랜 시간  모이고 모여서 단단한 내면의 힘으로 키워질 때까지 교사는, 부모는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고전읽기가  또 다른 학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책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3장에서는 '가정에서 인성 고전 읽기를 시작하기 전 유의사항'에 대해 다룬다. 따라하기 쉬운 고전읽기의 메뉴얼을 얻고자 이 책을 펴들었을 독자는 이쯤에서 조바심이 날거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는 언제 나오는거냐"며 짜증을 낼 법도 하다. 저자는 "효과적인 읽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고전읽기법을 바로 잡고 올바로 시작하는 것이다."면서 고전읽기를 시작할 때 교사나 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안내한다.  '부모가 먼저 고전을 사랑하라.', '부모의 욕심을 버려라','고전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고전읽기를 방해하는 유혹을 없애라', '아이의 독서 수준을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유명한 고전을 아이에게 들이밀고, 정답을 찾도록 고전읽기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것은 독서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이 가운데서 부모가 먼저 읽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읽어야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읽어야 좋은지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책과 벗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 특히나 고전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으니 부모의 동행이 필수적이다. 당장의 손쉬운 방법을 안내하기 보다는 독자가 고전읽기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자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4장에 이르러서야 저자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고전읽기를 엿볼 수 있다. 10권의 대표도서로 실천하는 인성 고전읽기를 자세히 담았다. 선정한 고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 고전을 선택한 이유, 고전을 읽을 때 주의할 점, 아이들과 함께 해볼 만한 활동으로 구성했다. 고전읽기 전후로 아이의 생각을 키워줄 질문들을 학습지 형태로 담고 있어 학교와 가정에서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학습지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아이에게 무척 지루한 공부가 될거다. 가뜩이나 한 문장 한 문장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전읽기인데 숙제까지 주어진다면 아이도 엄마도 일찍 나가떨어지게 된다. 저자는 5장에서 연필 한 자루 독서법, 고전 일기 쓰기, 독후 토론하기 등 꾸준히 해볼 만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고전읽기 방법을 조금씩 실천해보면서, 4장을 참고해서 활동을 심화시켜 나가는게 좋겠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어떤 구체적이고 유용한 지도안을 주는 책이 아니다. 책 이곳저곳에서는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데, 저자가 2년 동안 실천한 실제적인 계획이나 실천과정은 담겨 있지 않다. 다른 독서 교육서처럼 방대한 추천목록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를 유혹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가 추려낸 추천 목록을 끝에 실어 두고는 있으나 양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주변에 권해주고 싶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초등학교 교사가 독서교육의 실제적인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특히 고전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고전을 권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읽어나가게 도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고전읽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올바른 고전읽기, 아이의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고전읽기를 해나가려 애쓴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고전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나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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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한귀은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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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를 살리는 로고테라피

<엄마의 인문학 습관>



   저자는 '전형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전형적으로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평범한 14살 아들을 둔 엄마다. 아들을 키우면서 마주치는 긴장과 갈등, 고통 그리고 환희의 순간들을 54개의 짧은 에세이로 풀어냈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아이의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사춘기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 등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엄마의 일상이 담겼다. 재미있고 쉽게 읽혀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이 책은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하는 맞장구만 유도하는 동네 친한 아줌마의 수다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 한귀은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인문학으로 잔소리할 줄 아는 엄마'다. 엄마인 자신에 대해, 아이에 대해,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이성적 성찰을 해나간다. '엄마로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와 자신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져보고, 해석해나가는 로고테라피(Logotherapie)를 실천했다. 로고테라피(Logotherapie)란 ' 이성적으로 어떤 의미를 생각하고 발견하는 심리치료 방식'(p.212) 이다. 예를 들면, 아이의 행동 때문에 와락 짜증이 날 때 '내가 왜 짜증이 날까' 해석해보는 거다. '짜증이 나면 짜증을 억지로 참지는 말되, 그 짜증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이와 자신에 대해 재해석을 해봐야 한다.'(p.213) 고 저자는 말한다. 짜증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줄이고, 아이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성적 성찰, 로고테라피가 저자가 강조하는 '엄마의 인문학 습관'이다. 

한마디로 인문학이란, 인간이나 인간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 세상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만큼 인문학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 (p.11)

   정말 그렇다. 아이를 고유한 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는 엄마에게 인문학은 필수적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나는 어떤 엄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 하는대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갈팡질팡하게 된다. 저자는 아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인문학을 통해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처 방법을 찾는다. 아이를 명문대를 보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면 현대인의 모방 욕망을 꼬집은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을 떠올린다. "내가 바라는 내 아이의 미래상이  '나의 욕망'인가,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모방된 욕망인가?"를 따져 묻는다.

다른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명문대에 넣으려고 기를 쓰고, 대기업에 가게 하지 못해 안달할 때, 자기 아이의 재능을 지켜보고, 아이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을 직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정말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 (p.39)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못해 줘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들춘다. '지나치게 잦은 여행을 하고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러셀의 말을 되짚는다. 행복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권태를 이기는 힘을 가져야 하며,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이에게 권태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혜를 얻는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엄마들은 아이를 똑똑하게, 남다르게 키우고자 틈틈이 여행을 가고, 각종 문화체험에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방학이면 경쟁적으로 박물관, 미술관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씁쓸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학습지를 손에 들고, 바쁘게 그림을 하나씩 훑고 지나가는 아이. 사설 학원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따라 강사 뒤를 따르며 학습지에 정답을 받아 적느라 바쁜 아이들. 나는 러셀이 강조한 '권태를 이기는 힘'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권태와 결피, 지루함을 참아내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무엇이 중요한가?',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일, 그게 엄마에게 필요한 이성적 성찰이고 인문학 습관이다.  

​   저자는 아들을 키우며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준다. 엄마의 맘을 몰라주는 아이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아이와의 밀당을 하며 권위를 잃지 않으려 애쓰기도 한다. 평범한 엄마의 일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일상에 묻혀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해나간다. 엄마 노릇을 잘 해보려는 노력은 엄마인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취향, 장단점 등에 대해 차분히 정리해낸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역할'이 아니라 '존재'로 다가가야 할 때가 있다. 역할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분명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할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존재를 막아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을 엄마로서만 말고 '나'라는 존재로 보자. 내 아이도 내 아이로만 보지 말고 그 '존재' 자체를 보자. (p.222)

   엄마의 인문학적 습관은 엄마인 나와 아이를 '존재' 그 자체로 보는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엄마'라는 허울 속에 나를 가두지 말고, '좋은 아이'라는 망상에 내 아이를 가두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문학이 엄마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엄마의 성장이 왜 중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자기 절제 사회>>,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레토릭>>, <<부모와 다른 아이들>>,<<인간은 언제 지루해했을까?>>, <<부모혁명 스크림프리>>, <<게으름에 대한 찬양>> 등 책 속에 인용된 글들은 지금 나와 내 아이의 관계를 성찰해보는데도 도움을 줬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라도 이 책에 담긴 글들을 하루 한 편씩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 책의 마케팅 문구처럼 하루 10분이면 족하다.

 

아이와 엄마는 공동체다. 아이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순환, 사랑의 피드백과 피드포워드, 그것이 엄마와 아이 관계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를  '잘'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랑 속에서 엄마 자신도 성장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아이를 잘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성장에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p.209) 

   책을 다 읽고도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잘 사랑하려면 엄마가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일 뿐만 아니라 엄마로서의 나 자신이었다. 실로 나의 양육 투쟁은 치열했다. 그런데 그것은 아이와의 투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투쟁이었다.'(p.288)라고 고백한다.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나 자신과 투쟁하고 있나,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되묻게 된다.

   책에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담은 그림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그림에 담긴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나와 내 아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공감하며 보았다. 특히나 마지막 그림인 한스 안데르센 브렌데킬데의 <가을,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보다가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가을 오솔길 가 벤치에 엄마가 앉아 있고, 저 멀리서 두 아이가 달려오는 어찌 보면 정적이고 편안한 그림이다. 그런데 저자가 덧붙여 놓은 설명을 읽어보면 편안히 그림을 볼 수가 없다.


멀리서 다가오는 아이 둘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까. 반갑고 흐믓하고 자랑스럽고 든든하고 뿌듯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라면 아이들이 오기 전에 일어서서 먼저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 안 된다. 아이들에게, 엄마에게로 다가올 시간을 줘야 한다. 엄마가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저렇게 걸어오는 행동만으로도 엄마에게 힘을 준다 


​   나 는 엄마니까, 엄마라서 벤치에서 일어나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마음을 안다. 엄마는 아이에게 먼저 달려가 뽀뽀를 퍼붓고, 아이가 넘어질까 봐 손을 잡아주고, 아이 발에 흙이 묻지 않도록 깨끗한 길로 이끌고 싶다. ' 그런데, 그럼 안 된다.' 는 저자의 단호한 어투에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래, 엄마는 사랑도 '잘' 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그러나 '엄마가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성숙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하루 10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읽고 생각하고 쓰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본인은 읽지 않는 엄마,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엄마, 아이와의 감정싸움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엄마, 육아와 살림의 일상 속에서 자신이 텅 비어간다고 느끼는 엄마,... 저마다의 고민으로 우울한 하루를 보내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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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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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 많은 사회학 - 한국 사회를 지배한 모멸감을 꺼내 보이다.

 

   김찬호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사회학자이다. 30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탐구한 [문화의 발견],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돈의 인문학]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모멸감]은 ‘굴욕과 감정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다. 책은 우리의 삶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위험한 감정인 모멸감에 대해 다룬다. 과거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이기에 공감하며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된다. 저자의 눈을 통해 사회를 넓게 바라보면 모멸을 주는 우리가 보이고, 모멸감으로 고통 받는 우리가 보인다.

 

   최근 보복 살인, 보복 운전,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고객의 갑질 행태 등 흉흉한 사건이 자주 보도된다.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크게 분노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동기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의 이면에 모멸감이 존재한다고 본다. 모멸감은 타인에게서 모욕이나 경멸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모멸은 인간이 목숨 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을 크게 훼손시킨다. 자존감을 훼손당한 사람은 ‘자신 또는 남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저자는 한국이 모멸감을 쉽게 주는 사회라고 말한다. 철저한 서열의식과 귀천 관념,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는 심보가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로 아무렇지 않게 모멸을 주고받는 사회 안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오늘은 내가 갑이지만 내일은 을이 되어 누군가에게서 모멸을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일자리 창출, 불평등한 분배의 개선, 부동산 가격 안정 등 구조적 차원의 접근이다. 둘째는 특정한 기준으로 인간의 귀천을 나누는 문화를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도록 바꾸는 문화적인 차원의 접근이다. 마지막은 모멸감을 당하지 않도록 개인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 즉 내면적인 힘을 키우는 일이다.

 

   [모멸감]을 읽으면서 문득 이것이 사회학의 쓸모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사회학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를 통해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준다. 개인의 삶과 사회․문화 구조가 맞닿은 지점을 조망하게 해준다. 사회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회의 이면이 또렷이 드러난다. 나와 너를 가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나 보다 못하다 싶으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내가 받은 모멸감을 더 약한 사람에게 분노로 퍼붓는 사람들. [모멸감]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을 지배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모멸의 매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인용된 연구물, 영화, 문학 작품, 다양한 통계 자료는 나 또한 모멸 매커니즘의 일부일 수 있음을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모멸감을 주는 사회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모멸감을 쉽게 느끼는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세 가지 차원의 대안이 그리 새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쳐 아쉽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감정의 실체를 분석하고, 모멸의 매커니즘을 지적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크다.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책에 담긴 사유는 넓고 깊지만 읽어나가기 어렵지 않다. 인용한 문구나 사례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이라 낯설지 않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도 쉽게 읽힌다. 사회학의 쓸모가 궁금하다면, 모멸감이란 낱말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면, 한국인을 지배한 분노와 불안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읽어보자. 당연시 했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나는 그 동안 누군가에게 모멸을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회학의 쓸모를 깨닫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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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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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문턱에 선 당신과 나의 이야기

 

 

‘나는 그런 어른들이 더 무서웠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어른,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는 어른들보다도, 내가 지금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조금도 없는 어른들이 백배는 더 무서웠다. ’(12-13쪽) ​

 

   곧 마흔이 되는 저자의 독백이 마치 나의 것처럼 느껴진다. 30대 중반의 내가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그러나 일상을 살아내느라 잊어버린 생각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당신들과 다르게 살 거야.'했던 호기로움은 '삶이란 다 그런 거구나.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군.'하는 수긍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나처럼 살아라 하기에는 떳떳하지 못한, 어중간한 나의 모습. 『나를, 의심한다』를 읽으며 그런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30대 중반을 넘어 40대로 향하는 사람이 갖는 고민과 삶에 대한 사유는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것이기도 했다.

 

   강세형은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 2010년『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출간한 이후 본격적으로 글을 써 오고 있다. 2013년에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를 출간했고, 이번『나를, 의심한다』가 세 번째 책이다. 자신의 일상,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주는 에세이집인데, 짧은 에세이 24편이 담겼다. 굳이 책의 주제를 뽑아보자면 '어른이 된다는 것',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일상의 평화로움이나 자연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담는 서정적인 글을 기대하면 안 된다. 문체는 다소 건조하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회색 구름이 꽉 낀 날처럼 어둡고 우울하다. 20대에 꿨던 꿈을 기억하고 있고, 그때의 감수성을 여전히 간직한 채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30대의 마음 풍경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는지.

 

   작가는 J의 ‘저절로 그려지는 그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지난밤 무슨 꿈을 꿨을까,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지난밤 어떤 아이였을까.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어떤 아이로 태어났던 걸까,’(152쪽)하고 묻는다. 당신도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학업, 취업, 결혼,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급급해서 잊어버렸던 나의 꿈이, 열정이 그리워진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지켜봐온 영화감독의 최근 작품이 ‘너무 어른의 영화 같아서’ 슬펐다 한다. 감독의 젊은 날에는 볼 수 없었던 배려와 머뭇거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줄 위에 올라야 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무리 우리의 마음은 아직 어린 날의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해도, 우리의 시간은 이미 어른의 영화 속으로 넘어와 있었으니까’(135쪽)라는 저자의 독백을 듣고 있노라면 어른 되는 일의 쓸쓸함이 크게 와 닿는다. ‘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하나를 얻으면, 그 하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둘을 생각하고, 그 둘을 위해서 쉼 없이 달리고, 그다음엔 또 셋, 넷, 다섯, ….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193쪽)라는 물음은 고스란히 독자에게로 날아든다.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제대로 느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고 아프게 묻는다.

 

   40대 진입을 코앞에 둔 30대의 작가 강세형. 그녀는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가 보다. 혹시나 주어지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자신의 생각이 당연히 옳다고 믿어버리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독자는 남의 이야기인 듯 흘려듣다가도 문득 ‘그렇다면 나는?’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와 같은 30대 후반 40 초반 연령의 독자라면 특히나 크게 공감할 것이다. 강세형은 젊은 날의 열정에서 빚어지는 열정과 호기심, 사랑을 잃어버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들려 준다. 그리고는 그냥저냥 살다가 그저 그런 어른이 되는 건 별로라는 말을 툭 던진다. 꿈 많고 열정이 넘치던 젊은 날의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증언한다. 친한 친구와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라고 공감하면서 잔잔한 위로를 얻는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내가 저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모든 핑계를 거두고 나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나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 진짜 나의 욕망을.’(291쪽) 라는 말은 ‘나도 진짜 욕망을 찾아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한다.


   힘겨운 30대를 넘어 40대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차분히 살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좀 다르게 살아보는게 어때?'하고 어깨를 툭툭 쳐주는 특별한 친구 강세형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게 익숙해지는, 당연해지는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당돌하게 외치는 이 30대 (이제 곧 40대)의 돈키호테가 밉지 않다. 누구나 평온한 일상을 벗어나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고픈 돈키호테를 품고 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40대, 50대, 60대가 된 강세형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또 어떻게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또 어떻게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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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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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


  솔직히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이 원래 '트렌드'를 잘 읽어내지 못하고, 트렌드를 따르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교육 밖에 있는 사람이 교육을 논해?'하는 말도 안 되는 자존심 때문일까. '교육의 트렌드'라니 괜히 싫었다. '알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컸다.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읽어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상 다 읽고 나니 읽어볼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중시되는 교육 이슈와 한국 교육의 흐름을 담아냈다. 책을 읽는 동안 교육 변방에 살고 있는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하는 무거운 회의가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에 맞추어 교육도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대표 저자인 이병훈은 국내 최고의 진로 입시 및 학습법 전문가라고 한다. 방송 출연도 많이 했고, '공교육과 사교육계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교육컨설턴트'라고 저자 소개에 나와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린 탓인지 내게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명확하다. 2016년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보여주는 것이다. 13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한국 교육에서 어떤 것들이 중요해지고 있는지, 중요해질지를 짚었다. 13가지의 이슈는 코딩교육, 인성교육, 자유학기제로 진로 탐색, 플립러닝(거꾸로 교실), 중국어 교육, 아날로그 교육, 수학교육, 영어 절대평가시대, 국어교육 열풍,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결정, 대학 교육, 국내 국제학교의 부상, 사교육의 현주소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본 부분은 코딩교육과 자유학기제 진로 탐색, 플립러닝에 대한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변화가 필요해진 건지 모르고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고,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 인재에게 필수적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진작에 깨닫고 공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부모인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사라질거라니 걱정이다.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배경과 진행 과정도 책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학습 후 진로 선택'에서 '진로 선택 후 학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보고,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플립러닝(거꾸로 교실)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플립러닝 교사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의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는 교수학습법이다. 학생이 가정에서 학습을 미리 해오고 학교에서는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플립러닝을 내세운 사교육이 극성이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교육 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사교육.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여러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교육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책이 담고 있는 정보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마치 백화점에 가서 현란한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모두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 없이 유행을 좇고 싶은, 아니 좇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니 우리 아이에게 모두 가르쳐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 교육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 엄마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위기감, 위화감, 불안감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각 이슈마다 '시사점'을 두어 현명하게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간단히 짚어주고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중심 잡기가 중요해 보인다. 예쁘고 좋은 옷은 많지만 내 몸에 잘 맞고,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교육 트렌드는 잘 살펴보되 무엇이 나와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인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맹목적으로 유행만 좇다가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남들 한다고, 강남 엄마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나처럼 은둔하는 엄마는 여러 가지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런 책이 나와주니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이 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겠다. 학교 밖 소식에 둔감한 국공립학교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피고, 공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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