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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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


  솔직히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이 원래 '트렌드'를 잘 읽어내지 못하고, 트렌드를 따르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교육 밖에 있는 사람이 교육을 논해?'하는 말도 안 되는 자존심 때문일까. '교육의 트렌드'라니 괜히 싫었다. '알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컸다.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읽어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상 다 읽고 나니 읽어볼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중시되는 교육 이슈와 한국 교육의 흐름을 담아냈다. 책을 읽는 동안 교육 변방에 살고 있는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하는 무거운 회의가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에 맞추어 교육도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대표 저자인 이병훈은 국내 최고의 진로 입시 및 학습법 전문가라고 한다. 방송 출연도 많이 했고, '공교육과 사교육계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교육컨설턴트'라고 저자 소개에 나와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린 탓인지 내게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명확하다. 2016년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보여주는 것이다. 13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한국 교육에서 어떤 것들이 중요해지고 있는지, 중요해질지를 짚었다. 13가지의 이슈는 코딩교육, 인성교육, 자유학기제로 진로 탐색, 플립러닝(거꾸로 교실), 중국어 교육, 아날로그 교육, 수학교육, 영어 절대평가시대, 국어교육 열풍,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결정, 대학 교육, 국내 국제학교의 부상, 사교육의 현주소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본 부분은 코딩교육과 자유학기제 진로 탐색, 플립러닝에 대한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변화가 필요해진 건지 모르고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고,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 인재에게 필수적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진작에 깨닫고 공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부모인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사라질거라니 걱정이다.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배경과 진행 과정도 책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학습 후 진로 선택'에서 '진로 선택 후 학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보고,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플립러닝(거꾸로 교실)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플립러닝 교사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의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는 교수학습법이다. 학생이 가정에서 학습을 미리 해오고 학교에서는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플립러닝을 내세운 사교육이 극성이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교육 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사교육.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여러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교육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책이 담고 있는 정보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마치 백화점에 가서 현란한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모두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 없이 유행을 좇고 싶은, 아니 좇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니 우리 아이에게 모두 가르쳐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 교육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 엄마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위기감, 위화감, 불안감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각 이슈마다 '시사점'을 두어 현명하게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간단히 짚어주고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중심 잡기가 중요해 보인다. 예쁘고 좋은 옷은 많지만 내 몸에 잘 맞고,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교육 트렌드는 잘 살펴보되 무엇이 나와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인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맹목적으로 유행만 좇다가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남들 한다고, 강남 엄마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나처럼 은둔하는 엄마는 여러 가지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런 책이 나와주니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이 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겠다. 학교 밖 소식에 둔감한 국공립학교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피고, 공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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