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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 25년 현직교사가 실천한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 아이들 마음에 일으킨 변화와 성장의 기록
이화자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고전을 읽으면 아이의 마음 그릇이 자란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 독서 교육이다. 집 안을 책으로 채우고, 아이들의 책모임을 운영하며, 수시로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인 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엄마 책모임도 꾸준히 운영한다. '공부를 잘 하게 하려고','위인들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니까', '좋은 직업 가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이렇게 애를 쓰는게 결코 아니다. 나는 내 아이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렇게 큰 방향성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는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뭔가 늘 막연하고,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를 읽으면서 꽤 근사하게 나의 독서 교육 목표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인성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하고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24쪽)
저자는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마음 교육이며,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들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기대어 나의 독서교육 목표를 정리를 해보자면, '아이의 마음 그릇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져온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받는 기분이 들어 반가운 생각이 든다.
마침 큰 아이가 4학년이 되고나서,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던 차라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긴 책, 더 깊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정말 초등학생들이 고전을 읽을 수 있을까, 어떤 책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이런 내게 고전 읽기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저자는 책의 1장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고전읽기의 힘이 무엇인지 자세히 논하고 있다.
고전 문학은 인간의 마음과 갈등에 대해 살펴보게 하고, 철학 고전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진실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 주어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있듯이, 위대한 고전을 탕생시킨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는 출발점은 고전이다.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인물들의 글에 접속하는 순간 그가 지닌 위대한 생각이 아이를 물들인다. (41쪽)
아이들은 고전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까지 이루어지는 고민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꼭 알맞은 행동 양식을 발견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건강한 소통을 이룰 수 있게 된다.(71쪽)
아이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려면 내면의 힘, 즉 인성이 중요하다. 고전읽기는 아이가 스스로 깨치며 내면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멘토다. 그러니 머뭇거리지 말고 용기를 내어 고전읽기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2장에서는 저자가 2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고전읽기를 실천하면서 관찰한 아이들의 변화를 정리했다. 산만하던 아이가 집중력 있게 책을 읽게 됐고, 아이들이 욕을 쓰는 일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저자는 " 고전의 명성 탓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이 가진 커다란 의미에 주목해 보길 바란다."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육을 통한 변화는 한순간에 확, 엄청나게 크고 멋지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교사로서 애정을 갖고 아이들 내면을 세심히 바라보았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는 아이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알아채려고 노력했을 거고, 발견했을 때는 엄청난 감동을 느끼며 아이를 격려했을거다. 아이 내면의 작은 울림들이 오랜 시간 모이고 모여서 단단한 내면의 힘으로 키워질 때까지 교사는, 부모는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고전읽기가 또 다른 학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책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3장에서는 '가정에서 인성 고전 읽기를 시작하기 전 유의사항'에 대해 다룬다. 따라하기 쉬운 고전읽기의 메뉴얼을 얻고자 이 책을 펴들었을 독자는 이쯤에서 조바심이 날거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는 언제 나오는거냐"며 짜증을 낼 법도 하다. 저자는 "효과적인 읽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고전읽기법을 바로 잡고 올바로 시작하는 것이다."면서 고전읽기를 시작할 때 교사나 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안내한다. '부모가 먼저 고전을 사랑하라.', '부모의 욕심을 버려라','고전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고전읽기를 방해하는 유혹을 없애라', '아이의 독서 수준을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유명한 고전을 아이에게 들이밀고, 정답을 찾도록 고전읽기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것은 독서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이 가운데서 부모가 먼저 읽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읽어야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읽어야 좋은지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책과 벗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 특히나 고전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으니 부모의 동행이 필수적이다. 당장의 손쉬운 방법을 안내하기 보다는 독자가 고전읽기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자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4장에 이르러서야 저자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고전읽기를 엿볼 수 있다. 10권의 대표도서로 실천하는 인성 고전읽기를 자세히 담았다. 선정한 고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 고전을 선택한 이유, 고전을 읽을 때 주의할 점, 아이들과 함께 해볼 만한 활동으로 구성했다. 고전읽기 전후로 아이의 생각을 키워줄 질문들을 학습지 형태로 담고 있어 학교와 가정에서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학습지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아이에게 무척 지루한 공부가 될거다. 가뜩이나 한 문장 한 문장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전읽기인데 숙제까지 주어진다면 아이도 엄마도 일찍 나가떨어지게 된다. 저자는 5장에서 연필 한 자루 독서법, 고전 일기 쓰기, 독후 토론하기 등 꾸준히 해볼 만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고전읽기 방법을 조금씩 실천해보면서, 4장을 참고해서 활동을 심화시켜 나가는게 좋겠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어떤 구체적이고 유용한 지도안을 주는 책이 아니다. 책 이곳저곳에서는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데, 저자가 2년 동안 실천한 실제적인 계획이나 실천과정은 담겨 있지 않다. 다른 독서 교육서처럼 방대한 추천목록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를 유혹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가 추려낸 추천 목록을 끝에 실어 두고는 있으나 양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주변에 권해주고 싶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초등학교 교사가 독서교육의 실제적인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특히 고전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고전을 권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읽어나가게 도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고전읽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올바른 고전읽기, 아이의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고전읽기를 해나가려 애쓴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고전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나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