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이 쑥쑥 넘어가는 몰입감을 가진 책이다. 읽히기는 빨리 읽히지만, 뭘 말하려는건지를 모르겠다. 각종 사회이슈로 접해본 소재들이 캐릭터속에 숨어있다. 가스라이팅, 학교폭력과 방관자, 사이코패스 성향 등등. 그런데 그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리가 각각 따로 놀고,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겠다. 억지로 어떻게든 관련성을 끼워맞춰볼 순 있겠지만, 썩 개운치 않다. 그냥 제목 그대로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라는 사실만 알려줄 뿐이다.⠀프로파일러 권일용, 표창원님이 강력 추천한 책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 쪽으로 내가 풍부한 지식이 없어서 그 대단함을 못 읽는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책 표지를 다시 보니 소름이 돋았다. 뭐랄까, 딱 어떤 문장으로 긴 글로 리뷰를 남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갖고 책을 덮었는데 그 어떤 글보다 마트료시카가 이 책을 잘 설명해주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다.⠀나를 알고 싶어서 뚜껑을 열어보는데 그 안엔 크기만 작을 뿐인 내가 있다. 난 어른이 되었지만 사실 속엔 어린시절의 내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다.⠀우린 나이를 먹어가며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기만 하는 걸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걸까?⠀결국 그냥 ˝내˝가 되는 것일 뿐인 과정 아닐까?⠀많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책 소개 중⠀소설은 호화로운 말년을 보내던 고등계 고문 경찰이 수십 년 전 그가 사용하던 고문 방법으로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누구나 분노하지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 악인 처단을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집행해 나가는 ‘집행관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의 다음 집행일지에는 과연 누구의 이름이 오르게 될 것인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부딪쳐 돌파하려는 집행관들의 치밀한 집행 계획과 예상치 못한 일촉즉발 위기가 독자들을 숨죽여 몰입하게 만든다.⠀⠀✍ 리뷰를 몇번이나 쓰다 지웠다. 등장인물도 많고 집행관 각각의 사연과 관계성이 여기저기 얽혀있다보니 내용에 대한 감상은 스포 없이 적어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법의 이름으로 처벌하지 ‘않는‘ 부패한 세력들을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은 마음속으로는 한번쯤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들과 내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면서 같은 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누군 법 위에 있고, 누군 누명을 써도 억울한 처벌을 면치 못한다면 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말이다.⠀물론 살인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애초에 법대로만 처리가 되었다면 살인은 일어나지도 않았을거라고 면죄부를 주고 싶어진다.⠀사람이 사는 세상엔 아마 평생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을거다. 그 방법과 종류도 더 다양해질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불공정한 사회속에 살면서 권력을 가진자들의 ‘갑질‘을 무기력하게 지켜만 볼 수는 없지않겠냐고, 집행관들의 그 열정으로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방식으로 위로하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시인의 산문집이어서 그런가.. 산문에서 운율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인가.ㅎ⠀이 책은 의식의 흐름대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나올법한 책이다. 실제로 두서가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전개되고 있다고 쓰여진 곳도 있었다.⠀어쩌면 책의 제목처럼 ‘나‘란 사람이 싫을때도 좋을때도 이상할때도 있다는 그 복잡미묘함이 글에서도 드러난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솔직한 글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 같다.⠀생각을 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A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Z를 생각하는식의 경험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늘어지는 생각을 다 입밖으로 내거나 글로 옮겨 적지는 않을테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흘려보내질 생각까지도 모두 담아내고 있으니 이처럼 솔직할 수는 없을것 같다.⠀그렇다보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는 동질감까지 느껴졌다.⠀참 따뜻한 책이다.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꼼꼼하게 완독하진 않았다. 이유는 대사 하나하나가 PTSD가 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말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듣고 기분이 나빴기때문에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던 대화글이었다.⠀그래도 몇가지는 내 언어습관 속에도 녹아있는 게 있긴해서 아, 그건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되었지만 대부분은 아, 누가 이 책을 좀 봐야되는데...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그런데 또 반대로는 내가 이 책 속에 나온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들었다해도 기분 나쁠필요가 없단 생각도 들었다. 어떤 말의 행간을 잘 파악해서 걸러들으면 되겠다고.. 굳이 사람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쓰지말자고.. 아, 그런 말을 구사하면 슬쩍 이 책을 펼쳐주면 되려나?ㅋㅋㅋ⠀덧) 작가님 필명은 왕고래이신데, 펴낸곳이 웨일(whale)북이라니 재밌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