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구병모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네요. 구병모 작가님 소설을 읽다보면 한번에 쫙 이해되기보다, 한번 읽고 잔잔하게 생각의 물결을 흘려보내야만 탁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어요.이 소설집도 그랬는데요, 지금 현재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는 사회문제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여놓고, 근미래에는 이 조각들이 어떤 그림이 될까 상상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저는 특히 표제작인 ˝있을 법한 모든 것˝ 이소설 한편을 꼭 써보고 싶은 제게 주변을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내 경험을 가상의 이야기로 어떻게 확장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준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었네요.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님이 세상을바라보는 방식에 감탄을 하게된 독서였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온갖 이야기와 정보들은 그저 데이터로만 남게 된 시대를 상상한 책입니다.그 시대에서 ‘사서‘ 라는 직업은 최소한으로 남은 그 이야기를 보존하고, 통제권 밖으로 사라진 이야기들을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상상이어서 흥미롭고,아주 얇은 분량의 책인 것 치고는책장이 잘 안넘어가지는묘하게 생각할거리가 많은그런 책이었답니다.사실 생각해보면 ‘구전동화‘라는 개념 자체가책이 아닌 말로 전해진 이야기란 뜻인데,직접 만져볼 수 있는 책이 사라진다 한들,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요?제목은 이야기 따위 없어져 버려라 이지만,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2ne1의 CL의 아버지이자, 물리학자인 분이 연애를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찾기 힘들것 같은데요.여기에 이 책을 읽은 장소가 비행기였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독특한 독서의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짤막한 글에 그림까지 더해진 에세이다보니,3,4시간 비행안에 후루룩 읽을 수 있었어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추상적인 느낌을과학과 수학용어로 연결시켜 연애의 과정중에 겪는 희로애락은책의 제목처럼 실험의 결과를 도출해내듯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을이 찾아오니, 가을의 감정이 슬금슬금 차오르고 있는데요, 시작을 두려워 하지않고,변화를 감내하고,이별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는연애, 할 땐가봐요.
또 깜빡했네요. 기욤 뮈소의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었단 사실을요. 또 실수했네요. ˝반전˝ 이라는 홍보문구에 속지 말자고 다짐했는데도요.. 흡입력 있다는 리뷰를 믿고 이 두꺼운 책을 시작했는데,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흡입의 ㅎ 도 하지 못한 채그저 꾸역꾸역 완독만을 위한 책읽기가 되어버렸네요.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것 같네요.
굉장히 오랜만에 명료하게 답이 떨어지지 않는,생각을 많이해야 메시지를 흡수할 수 있을 법한책을 읽었네요. 어떤 스토리가 있기보다,언어, 책, 미디어, AI, SNS 과 같은인간에게 소통을 가능하게 한도구들에 대해 감각적으로 느껴보라고던져 놓은 듯한 단편 소설집이라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점점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더 촘촘해지고 있다보니,본질적인 ‘연결‘ 그 자체에 대한생각을 하게 되었어요.